달라지는 몸을 느끼기



  몸이 아플 적마다 재미있다면 재미있는 대목인데, 밥 생각이 하나도 안 난다. 아이들이 밥을 먹든 능금이나 복숭아를 먹든 쳐다보지도 않고,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먹고픈 마음이 하나도 안 든다. 밥 생각이 없다 하더라도 국 간은 볼 수 있고 밥은 지을 수 있다. 나흘째 아무것도 안 먹지만 몸이 힘들지 않다. 그냥 몸이 가벼워지는구나 하고 느낀다.


  자전거 사고가 난 지 나흘이 되는 오늘은 드디어 두 다리로 선다. 어제까지 두 다리로 서고팠지만 어제는 두 다리로 서지 못했고, 오늘 비로소 선다. 그리고 몇 발짝 뗄 수 있다. 다만, 설 수 있고 조금 걸을 수 있다고 해서 부엌 청소도 하고 밥도 끓여서 아이들한테 먹이니, 몸이 많이 힘들었는지 더 서지도 걷지도 못한다. 폭삭 주저앉는다.


  나는 단식이나 금식을 해 본 적이 없고, 하려는 생각도 없다. 그러나, 몸이 아플 적에는 늘 아무것도 입에 안 댄다. 나중에 이웃님한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숲짐승도 몸이 아프면 밥은커녕 물조차 입에 안 댄다고 했다. 몸이 아플 적에 괜히 밥을 몸에 넣으면 소화기관이 움직이고 내장도 움직이면서 ‘몸 스스로 아픈 곳을 고치려는 흐름’이 끊긴다고 할까. 그러니까, 몸이 아픈 동안에는 소화기관은 조용히 잠든다. 이러면서 모든 신경이 ‘아픈 곳’에 모인다. 우리 몸은 아픈 곳을 스스로 다스려서 새롭게 깨어나도록 고칠 수 있다.


  재활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어젯밤 내내 잠을 안 자면서 다리를 펴고 굽히기를 했다. 잠도 안 왔다. 나중에 다리가 나아서 서거나 걸을 수 있을 적에 다리가 엇갈리거나 구부정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몸을 바닥에 반듯하게 누이고 아주 천천히 오른다리를 들어서 펴고 접고 내리고 펴고 접고 하는 몸짓만 했다. 걸음걸이가 어떠한가를 생각하면서 반듯한 매무새를 오른다리가 새롭게 아로새길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몸이 새롭게 거듭난다면, 마음도 새롭게 거듭나야겠지. 거듭나는 몸처럼 마음도 즐겁게 거듭나서 한결 씩씩하면서 예쁘게 삶을 짓는 길을 생각하자. 월요일에는 아이들과 읍내마실을 가든지 자전거로 면소재지 놀이터를 가든지 하고 싶다. 반드시 이 꿈을 이루고 말리라. 4348.9.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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