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한 책에 책값을 건네는 이웃님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취재를 오셨다. 우리 도서관뿐 아니라 전라도를 두루 도는 취재여행을 다니신다고 했다. 전라도를 두루 돈 뒤에는 경상도도 두루 도신다고 한다. 방송국에서 일하며 전국을 두루 누비며 다니는 취재여행은 어떤 삶이 될까? 재미있거나 즐거울까? 신나거나 설렐까? 방송국에서 일하며 여러 이웃을 취재한다는 이름으로 찾아갈 수 있으니, 아주 멋진 이웃을 늘 마주할 테며, 아주 아름다운 사랑을 늘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겠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나서 ‘도서관 손님’으로서 반갑구나 하는 마음을 담아 책을 한 권 선물로 드린다. 그런데 “책값을 드려야” 한다면서 책값을 참말 건네신다. 그래도 먼길을 오셨으니 선물로 드리고 싶어 다른 책을 한 권 선물로 다시 내민다. 그분은 “그렇게 배우지 않았습니다”라 하시면서 다른 책까지 책값을 건네신다. 이웃님한테 선물로 드리려고 도서관에 내 책을 여러 권 놓는데, 얼결에 책 두 권을 팔았다. 마을 어귀 빨래터에 함께 발을 담그며 쉬고 나서 그분은 새로운 취재여행길에 나선다. 아이들하고 손을 흔들며 떠나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해 본다.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는가. 나는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일까. 책은 얼마든지 선물할 수 있고, 또 책은 얼마든지 책값을 받을 수 있고, 또 ……. 4348.9.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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