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보는 눈 (사진책도서관 2015.8.2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어귀에 파헤쳐진 땅을 바라보면서 도서관을 오간다. 아이들은 이 땅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자동차를 좋아하고 자동차 놀이를 날마다 하는 작은아이는 ‘삽차’가 무엇이라고 느낄까? 삽차는 틀림없이 사람이 손으로 땅을 팔 적보다 더 깊고 빠르게 많이 파헤칠 수 있다. 그러면, 삽차는 땅을 왜 사람 손보다 훨씬 깊고 빠르게 많이 파헤칠까? 삽차로 하는 일이란 무엇일까?


  아이가 보는 눈하고 어른이 보는 눈은 다르다. 아이는 도서관 어귀 땅이 파헤쳐져도, 놀이터로 삼는다. 흙이 수북하게 쌓인 곳으로 올라가서 “아버지, 내가 아버지보다 키가 더 크다!” 하면서 깔깔깔 웃는다. 씩씩한 시골순이와 튼튼한 시골돌이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마음껏 뛰고 달리고 뒹굴고 날면서 논다. 그러니, 아이들로서는 도서관 어귀 땅바닥이 어떻게 되든 대수롭지 않다. 다만, 아이도 어른도 한 가지는 생각한다. 나무가 뽑히고 잘린 대목이 슬프다. 그러나, 나무를 슬프게 바라보기만 하지는 않는다. 삽차가 더는 땅을 파헤치지 않을 무렵 우리가 손으로 한 톨 두 톨 새롭게 심으면 되니까.


  아이가 보는 눈일 적에는 흙발로 도서관 골마루를 달리면서 노니까 재미있다. 어른이 보는 눈일 적에는 ‘쓸고 닦을 일거리’를 잔뜩 주는구나 하고 여길 수 있을 테지. 그러나 뭐, 참말 또 쓸고 닦으면 된다. 이 아이들이 맨발이자 흙발로 실컷 뛰논 뒤에 마을 샘터에서 발을 씻고 집에 가서 다시 씻으면 된다. 여름이니 집에서 물놀이를 해도 된다.


  어떤 눈으로 보려 하느냐를 헤아린다. 어떤 눈으로 오늘 하루를 지으려 하느냐를 생각한다. 어떤 눈인가에 따라서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기에 마음이 달라지며, 마음이 달라지기에 삶이 새로워지거나 쳇바퀴를 돈다. 씩씩순이와 튼튼돌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아침 낮 저녁으로 도서관을 오가며 고들빼기 흰꽃을 바라본다. 우리 집에서는 아직 고들빼기꽃이 안 피지만, 도서관에서는 피는구나. 하기는, 우리 집에서는 고들빼기가 꽃대가 오르지 못하도록 신나게 잎사귀를 뜯어먹으니까, 꽃 필 겨를이 없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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