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소개서



  다음주에 경남 사천에 가서 이야기잔치를 꾸리고, 다음달에 전남 장흥에 가서 이야기꽃을 피우기로 했다. 두 곳에서 강사로 두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두 곳에 ‘강사소개서’를 보내야 했다. 강사소개서는 두 기관에서 마련한 틀에 따라서 쓰는데, 어김없이 ‘마친 대학교’나 ‘받은 학위’나 ‘딴 자격증’ 같은 것을 적어야 하는 칸이 있다.


  강사라고 하는 자리는 누군가를 ‘가르친다’고 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학교 다닌 자국(학력)’이 있어야 할는지 모른다. 우리 사회는 ‘학교에 오래 다닌 사람’이 ‘학교를 한창 다니는 사람’을 가르치도록 하는 얼거리일 테니까.


  나는 ‘마친 학교’ 적는 자리에 씩씩하게 ‘고등학교 이름’을 적어 넣는다. 아마, 나처럼 고등학교만 마친 사람이 있을 테고, 중학교나 초등학교만 마친 사람이 있을 테며, 아무 학교도 안 마친 사람이 있을 테지.


  대학교나 대학원을 마치지 않고도 ‘대학 교수’나 ‘초·중·고 교사’나 ‘유치원 교사’를 맡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졸업장과 자격증이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맡을 수 있는 학교나 기관이나 모임은 얼마나 있을까? 4348.8.2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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