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09) 여타의
주변의 여타 지역과는 달리 → 둘레와는 달리
여타의 일은 → 다른 일은 / 다른 사람 일은
‘여타(餘他)’는 “그 밖의 다른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다른’을 가리키는 한자말 ‘여타’입니다. 또는 ‘그밖에’를 가리킨다고 할 한자말 ‘여타’입니다.
다르니 ‘다르다’라 할 뿐이지만, 이처럼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餘他’를 끌어들이는 분이 있고, ‘差異’ 같은 한자말을 끌어들이는 분이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 실린 보기글을 살피면 “여타 지역과는 달리” 같은 말마디가 보이는데, 말뜻을 곰곰이 따지며 고쳐쓰면 “다른 곳과는 달리”가 됩니다. 이렇게 적으려 한다면 적을밖에 없는데, “같은 곳과는 같이”나 “비슷한 곳과는 비슷이”처럼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앞이나 뒤에서 ‘다른’이나 ‘달리’ 하나를 덜어내야 알맞습니다. 그러니까, “주변의 여타 지역과는 달리”는 “주변 지역과는 달리”처럼 적어야 올바르고 “주변 지역”이란 ‘둘레’를 가리키니 “둘레와는 달리”처럼 적으면 단출하면서 또렷합니다.
‘다른’이나 ‘그밖에’나 ‘나머지’나 ‘이런저런’을 차근차근 살피면서 알맞게 넣으면, 토씨 ‘-의’는 저절로 떨어져 나갑니다.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알맞는 낱말을 하나하나 살리고 살핀다면 알맞는 토씨를 붙일 수 있고, 알맞지 못한 낱말을 자꾸자꾸 쓰려 하면, 알맞지 못한 토씨가 자꾸자꾸 들러붙습니다. 4348.8.18.불.ㅅㄴㄹ
석탄 등의 생필품을 제외하면 여타의 상품은 모두 비슷하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 석탄 같은 생필품을 빼면 다른 상품은 모두 비슷하게 올랐다고 한다
→ 석탄 같은 생필품을 빼면 나머지 상품은 모두 비슷하게 올랐단다
→ 석탄 같은 생필품을 빼면 이밖에는 모두 비슷하게 올랐다고 한다
《중공유학기》(녹두,1985) 81쪽
여타의 인천 기념조각들은 그처럼 조잡할 수 있을까
→ 다른 인천 기념조각들은 그처럼 엉성할 수 있을까
→ 나머지 인천 기념조각들은 그처럼 어설플 수 있을까
→ 이밖에 다른 인천 기념조각들은 그처럼 엉터리일 수 있을까
《최원식-황해에 부는 바람》(다인아트,2000) 92쪽
이 영화는 여타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 이 영화는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 이 영화는 여태껏 찍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 이 영화는 그동안 선보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마르타 쿠를랏/조영학 옮김-나쁜 감독, 김기덕 바이오그래피 1996-2009》(가쎄,2009) 75쪽
여타의 사실은 많은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 다른 사실은 여러 기록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 이밖에 다른 사실은 여러 기록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정광-한글의 발명》(김영사,2015) 3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