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살그마니 숨으려는 빨래



  보름 가까이 햇볕이 쨍쨍거리는 날이었는데, 오늘 모처럼 빗방울이 들으려고 하면서 구름이 짙다. 보름 가까이 날마다 서너 차례나 대여섯 차례 빨래를 하며 찬물을 만지다가, 오늘은 빨래를 쉬어야 하나 하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어젯밤 작은아이가 잠자리에 쉬를 누는 바람에 걸레랑 이불이랑 옷가지를 빨아야 한다. 저녁이나 낮에 비가 쏟아질는지 모르나, 그때까지 비가 안 올 듯하니, 아이들 옷가지를 빨면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다. 햇볕이 쨍쨍거리는 날에는 아이들이 새벽부터 물놀이를 하겠노라 외치더니, 오늘은 물놀이를 하겠다는 말이 아직 없다. 햇볕이 쨍쨍거리는 날은 빨래를 하며 더위를 식혔다면, 해가 구름 사이로 숨는 날에는 빨래도 쉴 만하다고 할까. 바람이 가볍게 불고, 매미가 여러 나무를 오가면서 노래하는 여름이다. 4348.8.1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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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11 12:11   좋아요 0 | URL
광주는 비 오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어릴땐 매일매일 빨래하느라 정신없었던 것 같아요~^ ^ 말리는 것도 큰 일이었구요~

숲노래 2015-08-11 13:19   좋아요 0 | URL
몇 해 앞서까지
아이들 천기저귀 빨며 지내던 일이 아득하기만 해요.

어제 이 아이들 옷가지를
곁님 동생한테 보내는데
옛일이 참말 휙휙 떠오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