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사진노래' 부르는 이야기를 쓰면서 조각조각 나온 사진말을 옮겨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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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신나게 놀이하듯이 살면서 ‘사진을 찍는 이야기’를 풀어내어 봅니다. 이론이나 실기라는 테두리가 아니라, 스스로 즐겁게 찍을 적에 그야말로 즐겁게 나누는 사진이 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시골노래와 같은 사진노래로 찬찬히 적어서 보여주고자 합니다.
시골버스에서 바닥에 앉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음속에 이야기가 남습니다. 그리고 사진 한 장 슬쩍 찍어도 오래도록 이야기가 흐릅니다.
마을 이웃집 할매가 큰파를 다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오래도록 흙을 만진 주름진 손으로 큰파를 정갈하게 다듬은 뒤, 다듬고 남은 풀줄기나 비늘껍질은 흙한테 돌려주지요.
즐겁게 노는 아이하고 즐겁게 하루를 누리기에, 내가 찍는 사진은 나 스스로 즐겁네 하는 소리가 나옵니다. 다른 사람은 아무것이 아니라고 보더라도, 아이하고 내가 오늘 하루 어떤 삶을 누렸는가 하는 대목을 길어올릴 수 있으면 ‘즐거운 사진’이 됩니다.
알면 아는 만큼 볼 수 있을 테지만, 몰라도 스스럼없이 보면서 누릴 수 있습니다. 하나씩 새롭게 알고, 하나씩 새롭게 바라보며, 하나씩 새롭게 사진으로도 옮깁니다.
도시에서는 모시풀 한 포기를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웬만한 시골에서는 아주 흔하게 봅니다. 시골에서 모시밥 지어 먹는 사람이 드뭅니다. 도시에서도 흔하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모시풀을 썰어서 넣는 밥맛을 한 번 본 뒤에는, 시골집 둘레에서 신나게 모시풀을 뜯어서 ‘흔한 모시밥’을 먹습니다.
혼자 두 아이를 이끌고 나들이를 다니자면 숨돌릴 겨를이 없다고 할 만하지만, 바로 이렇게 숨돌릴 겨를이 없는 삶이 새로운 이야기로 거듭나기도 합니다.
발에 꿰면 고무신, 작대기에 꽂으면 놀잇감. 시골순이는 언제나 스스로 놀이를 새롭게 지으면서 놀고, 시골 아버지는 아이들하고 함께 놀고 어울리면서 새로운 사진을 얻습니다.
그저 달리기만 해도 재미나다는 아이들을 따라서 달리다가, 이렇게 달리는 놀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찍어도 스스로 재미난 사진이 되겠네 하고 느낍니다. ‘모델’더러 이렇게 움직이거나 저렇게 몸짓을 하라고 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기쁘게 바라보며 함께 사는 이웃으로서 사진 한 장 나누면 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