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위니와 슈퍼 호박 비룡소의 그림동화 207
밸러리 토머스 글, 노은정 옮김, 코키 폴 그림 / 비룡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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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52



즐겁게 심고 기쁘게 노래하는 밭일

― 마녀 위니와 슈퍼 호박

 코키 폴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노은정 옮김

 비룡소 펴냄, 2010.1.30. 10500원



  지난 칠월부터 호박꽃이 핍니다. 호박넝쿨은 날마다 힘차게 뻗으면서 무엇이든 감고 오르려 합니다. 호박꽃은 노랗고 커다란 꽃송이를 벌리면서 꽃가루받이를 해 줄 벌나비를 부릅니다. 칠월부터 꽃이 피고 지는 호박넝쿨이니 팔월이 저물 무렵부터 커다랗고 묵직한 열매를 볼 수 있을까 하고 어림합니다. 우리 집 마당하고 뒤꼍에서 우리 집 흙에 뿌리를 내리고,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고이 먹으면서 자랄 호박은 얼마나 맛날까 하고 군침을 흘리는 꿈을 꿉니다.



마녀 위니는 채소를 뭉텅뭉텅 냠냠 즐겨 먹었어요. 꽃양배추와 양배추, 브로콜리와 순무를 좋아했지요. 완두콩과 강낭콩, 당근과 감자, 시금치도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었어요. (2쪽)




  코키 폴 님하고 밸러리 토머스 님이 함께 빚은 그림책 《마녀 위니와 슈퍼 호박》(비룡소,2010)을 아이들하고 재미나게 읽습니다. 마녀 위니는 이름 그대로 마녀인 위니이고, 위니는 엄청나게 커다란 호박을 얻습니다.


  남새를 아주 즐겨 먹는다는 위니는 언제나 저잣거리에 빗자루를 타고 찾아가서, 온갖 남새를 잔뜩 장만한다고 해요. 그런데 위니는 온갖 남새를 아주 많이 장만해서 들고 날아서 돌아오기 때문에 빗자루는 으레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하늘에서 주루루 흘린다고 합니다.


  빗자루도 힘들 테지요. 가냘픈 빗자루에 짐을 잔뜩 실으면 빗자루도 벅차서 슬그머니 짐을 떨어뜨릴는지 모릅니다.



“이런! 엉터리 빗자루 같으니!” 위니가 투덜거렸어요.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을 해냈지요. “내가 직접 채소를 길러 먹어야겠어.” 위니는 정원을 갈아엎어서 널찍한 텃밭을 만들었어요. (6쪽)



  마녀 위니는 빗자루더러 “엉터리!”라고 외칩니다. 이러다가 문득 한 가지를 생각해요. 굳이 멀리 마실을 다니면서 남새를 장만하지 말고, 손수 집에서 씨앗을 심어서 길러 먹으면 된다고 깨닫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우리가 언제 ‘내 먹을 밥’을 다른 데에서 사다가 먹었겠습니까. 지구별 어디에서나 누구나 ‘내 먹을 밥’은 참말 스스로 흙을 일구어서 얻었어요. 한국도 중국도 일본도, 미국도 영국도 프랑스도, 베트남도 호주도 아르헨티나도, 참말 어느 나라 어느 고장에서든, 사람들은 스스로 흙을 아끼고 가꾸면서 밥을 얻었습니다.


  즐겁게 괭이질을 해서 밭을 갑니다. 즐겁게 호미질을 하면서 풀을 뽑습니다. 뽑은 풀은 나물무침을 할 수 있고, 그냥 고랑에 두면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도록 할 수 있습니다. 밭에서 일을 하면서 풀내음하고 흙내음을 맡습니다. 밭에서 일을 하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면 온갖 새가 찾아와서 나뭇가지에 앉고는 새로운 노래를 들려줍니다.




위니네 텃밭에 있는 것들은 모두 어마어마하고 기막히게 컸어요! 완두콩 넝쿨은 하늘까지 뻗어 올라갔고 양배추는 어미 소만큼 우람했어요. 토끼도 어미 소보다 훨씬 컸고요. (14쪽)



  마녀 위니는 밭을 갈고 씨앗까지 잘 심었는데, 씨앗이 알맞춤하게 스스로 자라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합니다. 마녀인 만큼 마법을 써서 무럭무럭 쑥쑥 크라고 주문을 겁니다. 이렇게 하고는 가만히 씨앗을 지켜보는데 ‘곧장 싹이 트지’ 않으니 주문이 잘못되었나 하고는 잊어버려요.


  마녀 위니가 다른 곳에 가느라 밭을 깜빡 잊는 사이에, 밭자락에서 온갖 남새가 주렁주렁 맺힙니다. 위니가 건 주문을 신나게 받아들인 씨앗은 어느새 위니네 집을 온통 뒤덮도록 줄기를 뻗고 넝쿨을 휘감으며 열매를 맺어요. 호박은 어마어마하게 커져서 위니네 집을 짓눌러서 뭉개려고 합니다.


  뒤늦게 이를 알아챈 위니는 마법을 돌려놓으려고 하는데, 커다란 호박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붕에서 겨우 밑으로 내렸습니다. 이웃을 불러 어마어마한 호박을 거저로 나누어 줍니다. 손수 길러서 기쁘게 얻은 열매를 이웃하고 나누는 보람을 누립니다.



“이 호박 껍질로 무얼 하지?” 위니는 곰곰이 생각했어요. “집을 만들면 좋겠지만, 나는 벌써 집이 있잖아? 음, 예전에 어떤 친구처럼 호박 마차를 만들어 볼까? 아니야, 나는 무도회에 갈 일도 없고, 게다가 호박 마차를 끌 말을 만드는 것도 귀찮아.” (20쪽)




  요 며칠 앞서 우리 집에서는 모과차를 담갔습니다. 우리 집 뒤꼍에서 잘 자라는 모과나무가 베푼 굵은 모과알을 고이 그러모아서 신나게 썰었습니다. 팔이 저리도록 모과알을 써는 동안 아이들은 옆에서 지켜봅니다. “아버지, 모과차 언제 먹을 수 있어? 먹고 싶다.” 하고 입맛을 다십니다. “언제 먹을 수 있을까? 모과차를 담가 놓는다고 해서 바로 먹지는 못해. 기다려야 하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글쎄, 기다리다 보면 알맞춤한 때가 오니까, 그냥 기다리면 돼.”


  그림책 《마녀 위니와 슈퍼 호박》을 다시 돌아봅니다. 커다란 호박을 이웃하고 나눈 위니한테 ‘껍데기만 남은 커다란 호박’이 남습니다. 호박 껍데기는 거름으로 삼아서 흙한테 돌려줄 수 있습니다만, 위니는 이 커다란 껍데기로 뭔가 재미난 일을 꾸미고 싶습니다.


  생각하고 거듭 생각합니다. 삶을 즐기는 길을 자꾸자꾸 생각합니다. 다른 이웃이 즐긴 삶을 떠올리다가, 남을 흉내내기보다는 위니로서는 위니답게 삶을 즐기는 길이 무엇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그러고는 드디어 멋진 길을 찾습니다. 바로 ‘호박콥터’입니다. 위니네 텃밭 가꾸기는 이렇게 마무리를 짓고, 다시 저자마실을 다니려고 ‘호박 껍데기’를 ‘호박콥터’로 바꾸고는, 마실길에 남새를 툭툭 떨어뜨리는 일이 없이 우주까지 날아오르면서 삶을 즐깁니다.


  위니는 마녀이기 때문에 ‘마녀 주문’을 외워서 뚝딱뚝딱 이것저것 만든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러나, 주문을 외우려면 먼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위니는 마녀이면서도 텃밭을 가꿀 적에는 손수 괭이질을 했고, 손수 씨앗을 심었으며, 손수 북을 돋았어요. 이렇게 하고 난 뒤에야 ‘잘 자라렴’ 하고는 주문을 외웠습니다.


  우리 삶도 이러합니다. 땅을 일구고 가꾸면서 씨앗한테 말을 걸어요. 나무를 돌보고 열매를 고맙게 얻으면서 나무한테 이야기를 해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바람한테 노래를 불러 줍니다. ‘마녀 주문’은 남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고운 마음을 담아서 기쁘게 외치는 노랫가락이라면 어떤 말이든 ‘멋진 주문’이 되어 우리 삶을 아름답게 밝혀 주리라 봅니다. 4348.8.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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