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밥 한 그릇 짓기
우리 집 마당이나 뒤꼍에서 모시가 아주 잘 자란다. 뿌리째 뽑더라도 다시 올라온다. 그동안 흙에 깃든 모시씨가 대단히 많을 테니까, 한여름에 모시풀은 끝없이 다시 올라오기 마련이다. 내가 모시줄기를 이로 끊어서 실을 얻는 길을 안다면 모시풀을 잘 살려서 쓸 테지만, 모시옷을 짓는 길을 모르니 모시풀은 그냥 풀이 된다.
풀물을 짜서 먹을 적에 모시잎이나 모시줄기는 무척 맛나다. 그런데 도시에서 모싯가루를 밥을 지을 적에 넣어서 먹는다는 얘기를 얼마 앞서 듣고는, 우리 집에 널린 모시잎으로 밥을 짓자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그동안 늘 바라보는 우리 집 모시풀로 밥을 지을 생각을 스스로 못 했을까.
가만히 돌아보면, 밥을 지을 적에 꼭 콩만 넣어야 하지는 않다. 가끔 감자나 고구마나 양파나 버섯을 밥에 넣는다. 배춧잎을 넣기도 하고 무를 넣기도 한다. 그러니까, 집 둘레에서 신나게 잘 자라는 온갖 풀을 하나씩 끊어서 밥에 넣어 볼 만하다. 뽀독뽀독 눈부시게 짙푸른 감잎도 밥에 넣을 수 있을까? 해 보면 되리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모시밥을 지으면서 밥짓기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요새는 날마다 모시밥으로 짓는다. 밥을 지을 적에 마당에 나가서 풀을 훑는 손길이 몸에 배도록 하려고 끼니마다 모시밥을 짓는다. 밥에 온갖 풀을 넣는 손결을 익히면, 앞으로 생각을 키워서 다른 풀잎하고 나뭇잎으로도 재미난 밥을 짓는 숨결로 자랄 수 있겠지. 4348.7.18.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