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에 사진이야기를 올리면서 몇 마디 적바림한 사진말 조각 ..
모든 몸짓은 놀이가 되고, 모든 놀이는 어느새 사진이 됩니다.
우리 집 서재이자 도서관은 언제나 책터이면서 놀이터가 됩니다.
삶을 노래할 적에 사진을 노래할 수 있고, 하루를 이루는 모든 살림을 아낄 적에 사진을 즐겁게 찍으면서 누릴 수 있구나 하고 배웁니다.
마당에서 모시풀을 뜯어서 멸치볶음을 하는 밥살림도 얼마든지 사진이 됩니다.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길도 어느새 사진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 곳에서 살아갈까요? 아름다운 곳이 있어야 그곳으로 가서 살 수도 있고, 오늘 우리가 사는 곳을 아름답게 가꿀 수도 있습니다.
심부름을 하고 싶은 큰아이한테 칼을 맡기고 파를 끊도록 시킵니다. 곁에서 큰아이 손놀림을 물끄러미 지켜보니, 이 눈길도 고스란히 사진이 됩니다.
빨래를 해서 마당에 널며 비로소 기지개를 켭니다. 하늘도 볕도 바람도 좋아서 빨래가 잘 마르겠네 하고 생각하다가 마당에 드러누워서 하늘바라기 사진을 한 장 찍으며 놉니다.
다섯 살 작은아이는 '집'을 그렸다고 합니다. 어떤 집일까요? 아이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가 깃든 그림을 오래도록 쳐다보다가 방 한쪽에 붙입니다. 사진은 사진기에 앞서 마음으로 먼저 찍습니다.
할머니가 아이한테 씨앗을 건네는 손길이 애틋해서 마음으로 이 모습을 담다가, 마음으로만 담을 수 없구나 싶어서 얼른 사진기를 들어서 한 장 남깁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