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이야기 - 하늘과 맞닿은 화원에서 펼쳐지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진 동화집 4
신응섭 글.사진 / 여우별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어린이가 읽는 사진책 27



솔숲바람 먹는 예쁜 이웃, 송이버섯

― 송이버섯 이야기

 신응섭 글·사진

 여우별 펴냄, 2012.9.20.



  그늘진 곳이라고 해서 버섯이 꼭 자라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늘이 지면서 나무가 우거진 곳이라면 버섯이 있을까 하고 두리번거리곤 합니다. 도시에서는 우리가 먹을 만한 버섯을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도시 한복판에는 아스팔트와 자동차와 건물이 가득하니까, 여느 풀포기를 찾아보기도 어려워요. 게다가 도시에서는 땅값이 비싸다고 하니까 나무가 우거진 자리를 좀처럼 마련하지 않고요.


  도시를 벗어나서 시골에서 지낸다면, 숲에 깃들어 버섯을 찾아볼 만합니다. 숲에서 숲나물을 캐면서 버섯을 함께 딸 수 있습니다. 버섯은 아무 곳에서나 돋지 않으나, 버섯이 한 번 돋은 곳이라면 ‘버섯씨’도 틀림없이 그 둘레에 퍼졌을 테니, 앞으로도 버섯을 찾아볼 만합니다.



태백산의 높고 가파른 고갯길을 오릅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지만 숲은 생명들의 소리없는 움직임으로 가득합니다. (15쪽)




  신응섭 님이 사진으로 빚은 이야기책인 《송이버섯 이야기》(여우별,2012)를 읽습니다. 신응섭 님은 여러 가지 버섯 가운데 소나무 둘레에서 잘 자라는 송이버섯을 오랫동안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송이버섯을 따려고 찾아다녔을까요? 송이버섯을 찾아서 즐겁게 딸 수도 있을 텐데, 이보다는 송이버섯이 어떻게 자라는가 하는 이야기를 어린이하고 나누고 싶어서 ‘어린이가 함께 보는 이야기 사진책’을 엮습니다. 소나무와 함께 송이버섯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을 이 나라 어린이가 기쁘게 가꿀 수 있기를 바라면서 사진책 한 권을 내놓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요즈음 어린이는 버섯을 숲에서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버섯 모습으로 그리는 만화나 그림은 둘레에서 쉽게 볼 수 있고, 가게에 가면 팩에 담기거나 랩에 싸인 버섯을 손쉽게 살 수 있습니다만, 요즈음 어린이는 숲바람을 쐬고 숲내음을 맡으면서 ‘숲이웃’ 가운데 하나인 버섯을 마주하기가 몹시 어려워요.



어디선가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후두둑후두둑! (40쪽)





  《송이버섯 이야기》는 송이버섯이 이제 막 땅에서 돋는 모습부터 보여줍니다. 아니, 송이버섯이 잘 자라는 두멧자락하고 숲을 먼저 보여줍니다. 숲이 있어야 나무가 있고, 나무가 있어야 버섯이 있습니다. 숲이랑 나무랑 버섯이 있는 곳에는 다른 숲이웃이 함께 있습니다. 크고작은 숲짐승이 숲에 살지요.


  송이버섯은 숲에서 돋는 버섯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람도 송이버섯을 먹고, 숲짐승도 송이버섯을 먹습니다. 사람이나 숲짐승이 송이버섯을 먹지 않으면, 송이버섯은 천천히 갓을 벌리면서 씨앗을 흩뿌리고는, 다시금 천천히 숨이 죽으면서 흙으로 돌아갑니다.


  솔숲에 송이버섯이 널리 퍼지려면, ‘아무도 안 따먹은 송이버섯’이 있어야 해요. 꽃이 피고 씨앗을 흩뿌리는 송이버섯이 있으니 차츰차츰 송이버섯이 퍼질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숲에서 버섯을 따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대로 버섯을 훑지 않습니다. 닥치는 대로 모든 버섯을 다 따지 않아요. 앞으로 씨앗이 두루 퍼져서 이듬해에도 즐겁게 버섯을 거둘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알맞게 ‘남겨’ 놓습니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사람도 새끼 고기까지 모조리 훑지 않아요. 새끼 고기가 남아야 나중에 다시 물고기를 낚을 수 있습니다.



송이버섯의 갓이 활짝 꽃피었습니다. 화려한 불꽃인 양, 머나먼 외계에서 날아온 우주선인 양 신비로움을 자아냅니다. 소나무의 잔뿌리에서 자라나 온 세상에 향기를 흩뿌리고, 자신은 기꺼이 소나무의 영양분이 됩니다. (54쪽)




  《송이버섯 이야기》를 살며시 덮습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우리 집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골짜기로 나들이를 갑니다. 골짝물에 몸을 담그면서 더위를 식힙니다. 자전거로 골짜기를 오르내리면서, 또 자전거를 숲 어귀에 세워 놓고 두 다리로 골짝물까지 걸어가면서, 둘레에 버섯이 돋았나 하고 살핍니다.


  때로는 큰갓버섯을 만나고, 때로는 달걀버섯을 만납니다. 아직 이름을 모르는 버섯을 만나기도 합니다. 잘 자란 버섯을 즐겁게 따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직 어린 버섯은 더 자라기를 바라면서 지켜봅니다. 지난해에 만난 버섯을 올해에도 만나기를 바라고, 올해에 만나는 버섯을 이듬해에도 만나기를 바라요.


  숲이 파헤쳐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니, 숲이 숲 그대로 고이 제자리를 지키면서 짙푸른 바람을 베풀어 주기를 바랍니다. 시골마을 작은 숲이 토목공사나 4대강 지류사업 따위로 망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니, 시골마을 시골사람 누구나 조그마한 시골 숲자락을 아끼고 돌보면서 오래오래 이 짙푸른 아름다움을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무가 자라고, 풀이 돋으며, 꽃이 피고, 버섯이 퍼지고, 숲짐승이 뛰놀며, 멧새가 노래하는 숲이 사랑스럽습니다. 사랑스러운 숲을 곁에 두면서 삶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은 마음과 몸을 씩씩하고 튼튼하게 가꿉니다. 4348.7.1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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