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90) 엄마/아빠


 

  요즈음은 ‘다 큰 어른’이면서 ‘엄마·아빠’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문학이나 영화나 연속극에서도 으레 ‘엄마·아빠’라 하고, 어린이나 푸름이도 자꾸 ‘엄마·아빠’라 합니다.


  1940년에 나온 《조선어사전》을 보면 ‘엄마’를 “젖먹이가 자기의 어머니를 부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1957년에 나온 《큰사전》을 보면 ‘엄마’를 “‘어머니’의 어린이말”로 풀이합니다. 2001년에 나온 《푸르넷 초등 국어사전》을 보면 ‘엄마’를 “‘어머니’의 어린이 말”로 풀이해요. 그런데, 2015년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엄마’를 찾아보면 “1.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어머니’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2. 자녀 이름 뒤에 붙여, 아이가 딸린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한국에서 나온 거의 모든 한국말사전은 ‘엄마’를 ‘젖먹이’나 ‘어린이’가 쓰는 낱말로 다루는데, 국립국어원은 이러한 쓰임새를 《표준국어대사전》에 안 담습니다.


 아기(젖먹이) → 아이(어린이) → 어른(철든 사람)


  사람은 누구나 ‘아기’로 태어납니다. 아기는 ‘젖먹이’입니다. 아기나 젖먹이는 똥오줌을 제대로 못 가리기도 하고, 말을 제대로 못 가누기도 하며, 손힘이나 다리힘이 무척 여립니다. 아기나 젖먹이는 혀짤배기 소리를 내기 일쑤요, 둘레 어버이나 어른한테서 말을 배웁니다. 젖을 뗄 무렵에는 ‘아이’나 ‘어린이’라 하고, ‘아이·어린이’는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사람을 가리켜요. 그러면, 언제 철이 드느냐 하면 아홉 살이나 열 살 언저리입니다. 늦으면 열서너 살이나 열대여섯 살에 철이 들 수 있고, 스무 살이 되어서야 철이 들 수 있습니다.


  ‘엄마·아빠’라는 말마디는 ‘맘마·까까·빠빠·응가’하고 한동아리입니다. ‘어린이’가 쓰는 말이라고는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젖먹이’가 쓰는 말이라고 해야 올바릅니다.


  젖먹이나 아기는 혀가 짧고 몸이 덜 자랐기에, 말소리를 오롯이 못 냅니다. 그래서 젖먹이나 아기일 적에는 ‘엄마·아빠·맘마·까까·빠빠·응가’ 같은 말마디를 쓰지요. 젖먹이나 아기는 으레 말소리가 새니까 “그랬쪄요”라든지 “허슈아비”나 “죠아요”처럼 말하기도 해요.


  젖을 뗀 아이는 스스로 ‘아기’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린 젖먹이 동생’을 살뜰히 아껴야 하는 줄 깨닫습니다. 이리하여, 아기에서 아이로 넘어선 때에는 ‘엄마·아빠’라는 말을 떼고 ‘어머니·아버지’로 들어섭니다. 아기에서 아이로 자리를 옮긴 때부터 ‘맘마·까까·빠빠·응가’ 같은 말을 안 쓰지요.


  ‘젖먹이 말’이나 ‘아기 말’이라고 할 말마디를 열 살 나이에도 쓴다면 어떻게 보일까요? 젖먹이 말이나 아기 말을 스무 살이나 마흔 살 나이에도 쓴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철이 없거나 철이 안 들었다고 여길 테지요.


 철수 엄마 → 철수 어머니

 영희 아빠 → 영희 아버지


  그렇지만, 요즈음 들어 어른들이 스스로 ‘철 든 사람’이기보다는 ‘철 안 든 사람’으로 지내고 싶은지, 자꾸 “철수 엄마”나 “영희 아빠” 같은 말을 씁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쓰지 않고, 어른들이 이렇게 써요. 아이들이 ‘엄마·아빠’라 쓰더라도 어른들이 스스로 ‘철이 든 사람으로서 혀짤배기 소리가 아닌 옹근 말’인 ‘어머니·아버지’를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엄마·아빠’ 같은 말을 쓰기에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살가이 다가설 수 있지 않습니다. 어떤 말을 쓰든, 우리 마음이 살가울 때에 서로 살갑지요. 우리 마음이 사랑스럽지 않으면, 어떤 말을 쓰더라도 안 사랑스럽기 마련입니다.


  철이 든 어른이 장난스레 ‘엄마·아빠’라 해도 재미있습니다. 철을 알거나 셈이 바른 어른이 개구지게 ‘엄마·아빠’라 할 수 있을 테지요. 다만, 아이에서 어른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엄마·아빠’라는 말마디를 내려놓도록 하는 까닭은, 이제 ‘혀짤배기 소리’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나서 ‘새로운 말소리를 오롯이 담아내거나 나타내려는’ 사람으로 씩씩하게 서도록 이끌 때에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생각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4348.6.30.불.ㅅㄴㄹ



더 살펴보기 : 엄마/아빠


엄마 앞에서 “엄마, 고맙습니다.” 하고 말하려니까

→ 어머니 앞에서 “어머니, 고맙습니다.” 하고 말하려니까

《오이시 마코토/햇살과나무꾼 옮김-장화가 나빠》(논장,2005) 78쪽


그때 엄마 목소리가 들렸어요. “단비야, 엄마 왔다!”

→ 그때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어요. “단비야, 어머니 왔다!”

《오시마 다에코/육은숙 옮김-흙강아지 피피》(학은미디어,2006) 29쪽


아침이면 미희 엄마 아빠처럼 내게 물어 보실지도 몰라

→ 아침이면 미희 어머니 아버지처럼 내게 물어 보실지도 몰라

《박연-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대교출판,1995) 194쪽


아빤 월급이 되게 적대 … 우리 집은 엄마도 일을 하는걸

→ 아버진 월급이 되게 적대 … 우리 집은 어머니도 일을 하는걸

《사토 사토루/햇살과나무꾼 옮김-비밀의 달팽이 호》(크레용하우스,2000) 25쪽


아빠 발등 위에 내 발을 얹으면

→ 아버지 발등에 내 발을 얹으면

《하마다 케이코/김창원 옮김-아빠 아빠 함께 놀아요》(진선출판사,2005) 16쪽


우리 아빠는 ‘달라달라’라고 하는 작은 버스를 운전해요

→ 우리 아버지는 ‘달라달라’라고 하는 작은 버스를 몰아요

《이치카와 사토미/조민영 옮김-달라달라》(파랑새,2008) 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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