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여우 8
오치아이 사요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26



네가 내 마음을 읽는다면

― 은여우 8

 오치아이 사요리 글·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5.5.31.



  작은 새가 하늘을 날 적에 문득 올려다봅니다. 고운 소리로 노래하며 날아가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절로 하늘로 갑니다. 작디작은 몸으로 재게 날갯짓을 하는 새가 바람을 가릅니다. 깃털은 무척 보드라우면서 가벼워 보입니다. 작은 새 깃털 너머로 하늘빛이 비칩니다.



“돌아오면 당신이 야단 좀 쳐! 검도 연습이나 빼먹고! 못해도 안 빼먹고 꾸준히 하는 게 유일한 장점이었는데!” “그냥 놔둬. 하루쯤 한숨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19쪽)

‘아직은 하고 싶은 일이 없지만, 일단은 눈앞에 있는 일을 해 나가야겠지. 그래야 당당히 가슴을 펴고 고백을 할 수 있을 테니까.’ (43쪽)



  새가 낳는 알은 대단히 작습니다. 커다란 새라면 알도 클 테지만, 참새나 제비나 박새나 콩새 같은 새는 몸집도 작고 알도 작으며 새끼는 더할 나위 없이 작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보기에 작을 뿐, 애벌레나 나비나 잠자리가 바라본다면 무척 클 테지요. 개미가 바라볼 적에도 새는 대단히 커요.


  개미는 사람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벌은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진딧물이나 반딧불이는 사람을 무엇으로 느낄까요?



“테츠가 그토록 토코 언니를 좋아하고 따르는데.” “그건 말이야, 마코토. 신의 사자는 내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이야.” (134쪽)

“내가 죽으면 테츠로는 외톨이가 될 거야. 나는, 앞으로 천 년 동안 테츠로와 함께 살아갈 친구를 찾아 주고 싶어.” (142∼143쪽)



  오치아이 사요리 님이 빚은 만화책 《은여우》(대원씨아이,2015) 여덟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내가 네 마음을 읽는다면, 또는 네가 내 마음을 읽는다면, 우리 둘은 어떤 사이가 될까요. 서로 마음을 읽는 사이라면, 우리는 입으로 말을 할 일이 있을까요.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는 두 사람이라면, 참으로 아무 말을 하지 않고도 생각이 맞고 뜻이 맞으며 이야기가 맞으리라 느껴요.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는 사이로 지내면, 글이나 책이나 문화나 문명이 없이도 얼마든지 기쁜 삶이 되면서 고운 사랑으로 피어날 만하리라 느껴요.



“인간은 남을 위해 행동하는 아주 특이한 생물이다. 그런 것도 몰라? 그러니까 너는 아직 꼬맹이인 거야!” (148쪽)

“긴은 훌륭한 사자네. 테츠로도 긴처럼 될 수 있을까.” “5백 년쯤 지나면 혹시 모르지.” “아하하.” (153쪽)



  경제발전을 해야 나라가 아름답지 않고, 사회발전을 이루어야 나라가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경제나 사회나 문화나 과학이나 교육이 아니라, 삶이 아름답게 흐르고 사랑이 곱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만나서 경제나 사회를 다스릴 수 있어야 하고, 서로 돌보는 마음으로 어우러져서 문화나 과학을 가꿀 수 있어야지요.



“어쩌면 진짜 집이라는 건, 찾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 “토코가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 보자.” (164쪽)

“일본의 ‘신’이 ‘갓’이라고 하는 것도 다른 느낌이 드니까. 영어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고, 정확히 전달할 방법도 없고 말이지. 일본어에는 한 글자마다 의미가 있으니까. 그걸 그대로 전하고 싶달까.” (200쪽)



  첨단시설이 있는 집이기에 보금자리가 되지 않습니다. 비싼값을 들여서 장만한 집이기에 보금자리라고 하지 않습니다. 손꼽히는 학군이라거나 큰도시 한복판에 들어선 집이기에 보금자리가 될 만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꽃이 필 적에 집이면서 보금자리입니다. 사랑노래가 흐를 적에 집이면서 보금자리입니다. 서로 아끼면서 웃고 꿈꿀 수 있는 곳이 바로 집이면서 보금자리입니다. 4348.7.1.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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