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6.16.
: 안장이 아슬아슬 혼자서
어제 아이들하고 천등산을 넘다가 자전거 안장이 더 못 쓸 만큼 주저앉았다. 안장 아래쪽에 두툼한 종이를 끼웠지만 아슬아슬하다. 달걀을 사러 면소재지로 다녀오려고 하는데 아이들을 데려가지 못한다. 안장부터 새로 장만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울 수 없겠구나.
함께 가지 못하니 아이들이 서운해 한다. 아버지도 서운하지. 샛자전거를 떼고 수레를 붙인다. 샛자전거를 떼고 아이 둘을 집에 두고 나왔을 뿐이지만, 자전거가 아주 가볍다. 이렇게 가벼울 수 있던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처음 수레를 달고 다닐 적에 수레 무게가 여러모로 묵직하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수레쯤 아무것이 아니다. 아이 하나를 수레에 태워도 아무것이 아니다. 샛자전거랑 수레랑 두 아이를 으레 매달고 치렁치렁 다녀야 비로소 ‘내 자전거’로구나 하고 느낀다.
논에서 먹이를 찾는 해오라기를 본다. 하얀 새이기에 ‘해오라기(하야로비)’이지만, 오늘날에는 ‘흰 새’를 가리키는 ‘해오라기’로는 안 쓴다고 한다. 그냥 한자말 ‘백로’를 쓰고, 백로와 해오라기는 다른 갈래로 나눈다고 한다. 학자는 그렇게 가를는지 모르리라. 그렇지만 ‘흰 새’를 뜻하는 ‘해오라기’라는 이름을 하얗지 않은 새한테 붙인다면, 아무래도 좀 엉뚱한 셈 아닐까 싶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