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1) 얄궂은 말투 103 : 악명 높을 정도로 경계심이 많다


붉은가슴도요는 붙잡기가 아주 어렵다. 빵 조각으로 꾀어들일 수 있는 오리와는 다르다. 붉은가슴도요는 악명 높을 정도로 경계심이 많다

《필립 후즈/김명남 옮김-문버드》(돌베개,2015) 28쪽


악명(惡名) : 악하다는 소문이나 평판

악(惡)하다 : 인간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 나쁘다


 악명 높을 정도로 경계심이 많다

→ 대단히 경계심이 많다 (?)

→ 몹시 경계를 한다

→ 빈틈없이 둘레를 살핀다

→ 매우 꼼꼼히 살핀다

 …



  이 보기글에서는 “경계심이 많다”로만 적으면 됩니다. 또는 “대단히 경계심이 많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악명’은 “악하다는 소문이나 평판”을 가리키는데, ‘악하다’난 “나쁘다”를 가리켜요. 그러니까, 붉은가슴도요는 “나쁘다고 할 만큼” 경계심이 많다는 소리인데, 붉은가슴도요가 사람한테 붙잡히지 않으려고 경계심이 많은 모습은 나쁠 까닭이 없습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할 대목이 아니라 대단히 경계한다고 해야 할 대목입니다.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을 두고 “악명이 높다”고 해야지, 붉은가슴도요가 사람이나 맞잡이한테 잡히지 않으려고 몹시 마음을 기울이는 몸짓을 두고 “악명이 높다”고 할 수 없어요.


  ‘경계심(警戒心)’은 “경계하여 조심하는 마음”을 가리키고, ‘경계(警戒)’는 “뜻밖인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여 단속함”을 가리킵니다. ‘조심(操心)’은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씀”을 가리켜요. 그러니, ‘경계심’은 “잘못되지 않도록 마음을 쓰는 일”이라고 할 만합니다. 더 헤아려 보면, “마음을 쓰기”가 ‘조심’이기에, ‘경계심’을 “조심하는 마음”으로 풀이하는 한국말사전은, ‘마음을 쓰기를 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꼴이라 겹말풀이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쓰기”라든지 “조심하기”는 많거나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둘레를 살피는 마음”도 많거나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악명 높을 만큼” 같은 말마디가 올바르지 않으니 이 대목을 손질해야 하는데, “경계심이 많다”처럼 쓰는 말마디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매우 경계하는 마음이다”라든지 “몹시 경계를 한다”처럼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4348.6.14.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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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가슴도요는 붙잡기가 아주 어렵다. 빵 조각으로 꾀어들일 수 있는 오리와는 다르다. 붉은가슴도요는 둘레를 매우 꼼꼼히 살핀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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