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615) 학교를 쉬다
휴업(休業) : 사업이나 영업, 작업 따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하루 또는 한동안 쉼
휴교(休校)
1. 학교가 학생을 가르치는 업무를 한동안 쉼
2. 학생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일을 한동안 쉼
요즈음 ‘쉬는 학교’가 부쩍 늘었습니다. 어느 고장에서는 무척 많은 학교가 쉰다고 합니다. 학교가 갑작스레 쉬는 까닭은 사람들이 무섭다고 여기는 돌림병이 번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돌림병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쉽게 퍼진다고 하는 만큼, 아이들을 지키려는 뜻에서 학교를 쉬리라 느낍니다.
그런데 학교를 쉬면서 ‘학교 휴업’이라는 말을 쓰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신문하고 방송에서도 ‘휴교’라는 낱말이 아니라 ‘휴업’이라는 낱말을 자꾸 씁니다.
일을 쉬다 + 회사를 쉬다 + 가게를 쉬다 ← 휴업
학교를 쉬다 ← 휴교
한자말 ‘휴업’은 일이나 회사나 가게를 쉴 적에 씁니다. 한자말 ‘휴교’는 오직 학교를 쉴 적에 씁니다. 그러니, 무섭다고 여기는 돌림병이 번지지 않도록 ‘학교를 쉰다’고 할 적에는 ‘휴업’이 아니라 ‘휴교’를 써야 올바릅니다. 조금 더 헤아린다면, 초등학교 어린이한테 ‘휴업’이나 ‘휴교’는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학교를 쉬다’라고 함께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쉬는 일을 가리킬 적에는 ‘학교쉬기’ 같은 낱말로 지어서 쓸 만합니다.
쉼터 ← 쉬는 터, 쉬는 곳
쉼날 ← 쉬는 날
한국말은 ‘쉬다’입니다. ‘쉬다’를 한자로 옮기면 ‘休’가 되고, ‘休息’ 같은 낱말도 씁니다. “쉬는 곳”을 가리켜 ‘쉼터’라 하며, “휴식하는 장소”를 가리켜 ‘휴게소’라 합니다. 곰곰이 살펴보면, “쉬는 날”을 가리키는 한국말을 쓰는 한국사람은 아직 드물지 싶습니다. “휴식하는 기간”을 가리키는 한자말 ‘휴일’만 쓰곤 합니다.
한국말사전에서 한자말 ‘휴일(休日)’을 찾아보면 “쉬는 날”로 풀이합니다. 말뜻 그대로 누구나 한결 쉬우면서 즐겁게 한국말을 살려서 쓸 수 있도록, 앞으로는 ‘쉼터·쉼날’처럼 한국말로 쉽고 알맞게 쓰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4348.6.1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