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96) 치패
레스팅가 전체에 홍합이 빽빽하게 묻혀 있는데, 그 새끼를 치패라고 부른다. 치패는 껍데기가 완전히 굳지 않아 부드럽기 때문에 붉은가슴도요가 소화하기 좋다
《필립 후즈/김명남 옮김-문버드》(돌베개,2015) 25쪽
치패(稚貝) : 어린 조개. ‘새끼 조개’, ‘애 조개’로 순화
치패라고 부른다
→ 새끼 조개라고 한다
→ 애조개라고 한다
→ 어린조개라고 한다
…
학문을 하는 이들은 ‘새끼 고기’를 두고 ‘치어(稚魚)’ 같은 한자말을 쓰고, ‘어린나무’를 두고 ‘치목(稚木)’ 같은 한자말을 씁니다. 굳이 이런 한자말을 써야 할는지 아리송합니다. ‘새끼 고기’라 하면 되고, ‘애고기’라 하면 됩니다. ‘어린나무’는 따로 한 낱말로 다루니, ‘어린고기’ 같은 낱말을 써도 잘 어울립니다.
한국말사전에서 ‘치패’를 찾아보면, ‘어린 조개’이든 ‘새끼 조개’이든 ‘애 조개’로 고쳐써야 한다는 뜻풀이를 읽을 수 있습니다. ‘치패’는 ‘치어·치목’ 같은 한자말하고 똑같이 학문말이 아닙니다. 하루 빨리 치워야 하는 낱말입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그 새끼를 치패라고 부른다” 같은 대목이 있는데, “조개 새끼를 치패라고 부른다”는 소리요, 한국말 ‘새끼 조개’를 그저 한자로 바꾸어 놓고, 이를 학문말처럼 여기는 얼거리입니다.
어린벌레 . 어린고기 . 어린나무 . 어린조개
애벌레 . 애고기 . 애나무 . 애조개
어린 벌레나 새끼 벌레를 두고 ‘애벌레’라 합니다. 그러니, 한국말에서는 ‘어린-’하고 ‘애-’가 앞가지 구실을 합니다. 아무쪼록 한국말로도 즐겁고 넉넉하게 학문을 펼치고 생각을 나누는 길을 슬기롭게 열 수 있기를 빕니다. 4348.6.13.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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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팅가 어디에나 깜조개가 빽빽하게 묻혔는데, 애조개도 많다. 애조개는 껍데기가 아직 굳지 않아 부드럽기 때문에 붉은가슴도요가 먹기 좋다
‘홍합(紅蛤)’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대합(大蛤)’이나 ‘백합(白蛤)’은 ‘큰조개’나 ‘흰조개·마당조개’로 고쳐쓸 만하기에, ‘깜조개’나 ‘까만조개’로 손볼 수 있습니다. ‘전체(全體)에’는 ‘어디에나’나 ‘곳곳에’로 손질하고, “묻혀 있는데”는 “묻혔는데”로 손질합니다. “-라고 부른다”는 “-라고 한다”로 바로잡습니다. ‘완전(完全)’는 ‘아직’으로 다듬고, ‘소화(消化)하기’는 ‘먹기’로 다듬어 줍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