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9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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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22



이제 망설이지 말고 나아가자

―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 9

 야나하라 노조미 글·그림

 채다인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5.5.25.



  어떤 일이 잘 되거나 안 되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라면을 잘 끓이거나 못 끓이거나 대단하지 않습니다. 한집살이를 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를 가만히 읽으면서 생각을 나눌 수 있으면 됩니다. 오늘 안 되면 모레에 다시 하고, 모레에 또 안 되면 글피에 거듭 하면 됩니다. 길을 가다가 넘어지면 일어서면 되며, 자꾸자꾸 일을 그르친다면 일을 안 그르칠 때까지 기운차게 새롭게 하면 됩니다. 갓 걸음마를 뗀 아기가 새롭게 한 발 두 발 떼듯이, 어린이도 어른도 저마다 활짝 웃으면서 한 가지씩 즐겁게 하면 됩니다.



“그렇구나, 야생의 후박나무는 크구나. 크고 모양이 좋은걸. 오! 이게 후박나무 향기구나. 어전지 코비 교수님이 후박나무잎을 이야기한 이유를 알 것 같은데.” (38쪽)

“후박나무잎을 접시로 쓰니 굉장히 멋지네요.” “싱싱한 잎사귀의 향이 좋아.” “치라시 초밥을 얹으면 후박나무잎 초밥이 되겠군.” (41쪽)




  야나하라 노조미 님이 빚은 만화책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AK커뮤니케이션즈,2015) 아홉째 권을 읽으면, 망설이는 사람과 더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하는 두 사람이 나옵니다. 망설이느라 정작 스스로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하고, 더는 망설이지 않으면서 이제부터 스스로 하고픈 일을 바라보면서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람은 언제나 망설이고 또 망설입니다. 더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은 이제나 저제나 망설일 까닭이 없습니다. 앞을 기쁘게 바라보면서 내 발걸음을 즐겁게 누립니다.



‘말해도 괜찮아. 분명 쿠루리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낼 거야. 나는 거기에 답해 주면 되고.’ (44∼45쪽)

“솔직해지라고. 자신을 볼 수 없는 사람은 훌륭한 일을 할 수 없으니까.” (59쪽)

‘지나간 기억과 지나간 상상밖에 없었던 내가 너와 함께 있기 위해서 움직였어. 그건 자신의 이론을 간접체험하는 것.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67쪽)




  어떤 일을 잘 해내야 훌륭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못 해내기에 바보스럽지 않습니다. 즐겁거나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할 때에 훌륭합니다. 즐거움도 기쁨도 없이 마지못해 일손을 붙잡는다면 바보스럽습니다.


  어떤 일을 즐겁고 기쁘게 해낼 때에 가없이 훌륭합니다. 아무런 즐거움이나 기쁨이 없이 어떤 일을 해낼 때에는 그저 그렇습니다. 즐거움과 기쁨으로 삶을 가꾸면서 힘썼으나 어떤 일을 끝내 해내지 못하면, 아무래도 살짝 아쉬울 테지만, 즐거움이나 기쁨은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즐거움이나 기쁨조차 없이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그야말로 괴로우면서 쓸쓸합니다.



‘자립이란 금전만이 아니라고 어떻게 전해 줘야 할까. 분명히 이건 보호자로서 내게 남겨진 얼마 안 되는 일 중 하나.’ (79쪽)

“이게 지리일세. 통상의 학문은 먼저 답을 정해 놓지만, 우리는 먼저 뛰어드는 거지. 보고, 가 보고, 해 보고, 테이터를 뽑고, 검증하고, 비교하고, 생각한다.” (88∼89쪽)



  길이 있으니 이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길이 없으니 새롭게 길을 내면서 갈 수 있습니다. 이 길이 맞으니 이 길대로 갈 수 있습니다. 이 길이 맞아도 저 길로 일부러 에돌아서 새로운 숨결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삶만 있지 않고, 한 가지 사랑만 있지 않으며, 한 가지 길만 있지 않습니다. 열 가지 삶이랑 백 가지 삶이랑 천 가지 삶이 있습니다. 끝없이 너른 삶이 있고, 언제나 새로운 삶이 있습니다. 너와 내가 함께 가꾸는 삶이 있고, 시나브로 홀로서기를 하면서 씩씩하게 혼자서 일구는 삶이 있습니다.




“내가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래. 언제나 보고만 있고, 귀찮아 하고, 도망치기만 하고, 사람의 마음을 모르고, 움직이지 않고, 나는 얼마나 남에게 용서받아 온 걸까.” (118쪽)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몸 주변에 있는 것 전부 어디에서 와서 왜 여기에 있는가 그들은 알고 있어. 그 지식이 자신감이겠지. 불안정한 자연환경에서 몸을 맡기고 살아갈 수 있는 건.” (159쪽)



  만화책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은 열째 권으로 마무리를 짓는다고 합니다. 마지막 열째 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흐를까요? 아무래도 ‘두 사람’이 저마다 스스로 씩씩하게 서는 이야기를 보여줄 테지요. 스스로 가슴에 품은 꿈대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줄 테고, 스스로 마음을 아끼는 숨결을 보여주겠지요.


  여름에 벚나무에 버찌가 달리니, 나무를 타고 올라서 열매를 따먹습니다. 여름날 후박나무는 잎사귀가 도톰하면서 짙푸르기에 ‘잎접시’로 쓰면 무척 향긋합니다. 망설일 까닭이 없습니다. 버찌를 먹고, 후박잎을 누리면 됩니다. 들딸기를 훑고, 찔레싹을 꺾으면 됩니다. 오디를 줍고, 밤꽃내음을 맡으면 됩니다. 날마다 새로운 하루이고, 언제나 기쁜 이야기가 샘솟는 삶입니다. 4348.6.1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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