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치하야후루 23
스에츠구 유키 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523
내 마음에 네 숨소리를 담는다
― 치하야후루 23
스에츠구 유키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4.4.25.
스에츠구 유키 님이 빚은 만화책 《치하야후루》(학산문화사,2014) 스물셋째 권을 가만히 읽습니다. 카루타라는 카드를 사이에 놓고 벌이는 싸움과 다툼과 만남과 이야기를 가만히 읽습니다. 두 사람은 카루타 카드를 앞에 놓고서 기쁨을 나눌 수 있고, 슬픔을 북돋울 수 있으나, 차분한 마음이 되기도 하며, 차가운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때에는 싸움이나 다툼으로 불꽃이 튀지만, 어느 때에는 사랑과 꿈이 곱게 피어납니다. 어느 때에는 차디차거나 매몰찬 바람이 불지만, 어느 때에는 포근하고 보드라운 노래와 같은 바람이 붑니다.
“아, 아까웠어. 굉장한 시합이었는데! 하라다 선생님과 아라타의, 두 사람의 카루타가 참 달라서 재미있었어.” (20∼21쪽)
“나, 니 좋아한다, 치하야. 타이치가 벌써 말했는지는 몰라도, 난 대학은 인자 이쪽에서 다니기로 했다. 혹시, 니도 마음이 있다면, 같이 카루타 하제이.” (26∼28쪽)
카루타 카드를 놓고 누가 더 겨루기를 잘 하는가 하고 대회를 엽니다. 대회에서 으뜸 자리를 거머쥐는 사람이 있습니다. 으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있고, 으뜸 자리에 올라선 뒤 좀처럼 내려오지 않을 듯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카루타 카드가 아니더라도 둘이 두는 바둑이나 장기도 이기는 사람하고 지는 사람이 나옵니다. 잘 두어서 이기는 사람은 급수가 높습니다. 잘 두지 못해 으레 지는 사람은 급수가 낮습니다. 그런데, 장기이든 바둑이든 카루타이든, 왜 급수를 두어야 할까요. 그냥 두면 안 될까요. 잘 두면 얼마나 대단하고, 못 두면 얼마나 대수로울까요. 으뜸을 가리는 일도 재미있을 수 있는데, 가장 높다고 하는 자리를 바라보면서 나아가는 동안, 우리는 저마다 가슴이 허전하거나 텅 비지는 않을까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누구한테나 즐겁거나 재미있는 놀이였을 텐데, 급수와 점수와 등수를 따지면서 어느새 즐거움과 재미하고는 동떨어지면서 ‘더 놀라운 솜씨나 손재주’로 기울지는 않나 궁금합니다.
“노력도 재능도 니가 빠지는 건 없다 본다만도. ‘없는’ 것은 만났나?” “심술과 경험, 정열, 애정, 애정. 애정.” (36∼37쪽)
우리 삶을 든든히 받치는 기둥은 언제나 사랑입니다. 사랑이 있을 때에 삶이 빛납니다. 사랑이 있기에 아이와 어버이 사이에 기쁜 웃음이 흐릅니다. 사랑이 있으니 두 어른은 서로 짝꿍이 되어 보금자리를 일굽니다. 사랑을 고이 아끼고 보듬으면서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스오 씨의 움직임에 휘둘리지는 않아. 눈을 감지 않아도 그 정도의 기분으로 집중하라는 뜻. 소리를 잘 듣고, 한 점을 노린다.’ (117쪽)
‘엄마하고는 왠지, 가족이란 느낌이 안 드니까. 카루타 카드가 더 가족 같아. 카루타 카드.’ (162쪽)
내 마음속에 네 숨소리를 담습니다. 네 마음속에 내 숨소리가 담깁니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서로서로 숨소리를 주고받습니다. 미움이나 시샘 같은 마음이 아닌,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마음이 되도록 고운 숨소리를 주고받습니다. 만화책 《치하야후루》에 나오는 아이들도, 만화책이 아닌 우리 삶터에 있는 모든 아이들도, 저마다 마음자리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8.6.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608/pimg_705175124121991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