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67. 빗물방울



  비가 오는 날이면 빗물방울이 알알이 맺힙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밤이 저물고 새벽이 될 무렵 이슬방울이 초롱초롱 맺힙니다. 빗물방울하고 이슬방울은 숲에서 저절로 맺히는 방울빛이요 방울결입니다. 이 빛과 결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든 말든, 풀잎과 나뭇잎과 꽃송이와 나뭇가지에는 아기자기한 방울이 수없이 돋습니다.


  비가 그치고 날이 개면 빗물방울이 사라집니다.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이슬방울이 사그라듭니다. 살그마니 찾아와서 조용히 지나가는 빗물이요 이슬입니다. 빗물이 맺히고 이슬이 달릴 적에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만 놓치거나 아예 생각조차 못 하고 마는 빗물이면서 이슬입니다.


  빗물방울이나 이슬방울은 똑같이 맺히지 않습니다. 비가 올 적마다 빗물방울이 늘 다릅니다. 새벽마다 이슬방울이 언제나 다릅니다. 날마다 새로운 물방울입니다.


  우리가 찍는 사진은 날마다 같을까요 다를까요. 우리는 날마다 똑같은 사진을 찍을까요, 아니면 날마다 다른 사진을 찍을까요. 동이 트면서 아침이 되고 해가 지면서 저녁이 되는데, 아침저녁으로 흐르는 바람은 언제나 똑같을까요 다를까요. 하루하루 보내는 마음은 언제나 똑같을까요, 아니면 날마다 새로운 하루로 여기면서 늘 새로운 마음이 될까요.


  우리는 누구나 날마다 자랍니다. 조금씩 자라든 아주 조금 자라든, 많이 자라든 아주 크게 자라든, 참으로 누구나 날마다 자랍니다. 둘레를 살피는 눈길이 자라고, 이웃을 헤아리는 마음결이 자랍니다. 삶을 가꾸거나 보듬는 손길이 자라고, 사랑을 돌보거나 일구는 숨결이 자랍니다. 사진을 찍는 눈빛을 날마다 새롭게 북돋우려면, 나 스스로 아침마다 새롭게 눈을 뜨고 일어나서 둘레를 살피면 됩니다. 4348.6.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양물감 2015-06-05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 소식이 있었던가 잠깐 생각하다
문을 열고 빗 소리를 들어봅니다.

숲노래 2015-06-05 11:49   좋아요 1 | URL
빗소리에 실리는 산뜻한 여름냄새를 맡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