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와 함께한 나날들 - 소로를 통해 배운, 잊지 말아야 할 삶의 가치들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 지음, 서강목 옮김 / 책읽는오두막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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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77



내가 가꾸려고 하는 ‘숲집’

― 소로와 함께한 나날들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 글

 서강목 옮김

 책읽는오두막 펴냄, 2013.9.27.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 님이 쓴 《소로와 함께한 나날들》(책읽는오두막,2013)을 읽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 님은 랠프 월도 에머슨 님네 막내아들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쓴 분은 ‘소로’가 젊었을 적에 늘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랐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늘 가까이에서 지켜본 ‘소로’라고 하는 이웃이자 아저씨이자 선생님이자 숲동무이자 삶벗이라고 하는 분이 어떠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았는가 하는 대목을 밝히려고 쓴 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보면, “《월든》이 출간되었을 때, 에머슨은 마치 자신의 동생이 쓴 책인 양 기뻐했다. 또한 소로가 죽고 난 뒤 가족들이 그의 일기를 봐 달라고 건넸을 때, 그는 날마다 서재에서 나오며 자신의 아이들에게 소로가 나날이 남긴 자연에 대한 기록과 생각의 일지 곳곳에서 경이로운 매력과 아름다움을 발견한다고 말했다(153쪽).”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이 대목을 읽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쓴 분은 막내아들이요 ‘에머슨(랠프)’은 아버지입니다. 그러니까, 이웃 아재인 소로 님이 죽은 뒤 아버지(랠프 월도 에머슨)가 소로 님 일기를 건네받아서 날마다 읽어 주었다는 뜻이요, 이 책을 쓴 분은 날마다 ‘소로 일기’를 누구보다 먼저 귀로 듣고 마음으로 새길 수 있었다는 소리입니다.



.. 형이 죽은 후 몇 년 동안 소로는 집안의 연필공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했으며, 저술 활동을 계속했고, 여가 시간에는 숲과 강으로 발길을 돌렸다 … 그러나 너무나 잘 갈린 가루(흑연가루)인지라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먼지들이 온 집안을 뒤덮었다. 한 친구는 소피아 양의 피아노를 열었더니 건반들이 온통 흑연가루로 뒤덮여 있었다고 말했다. 흑연가루 흡입과 부실한 음식이 소로의 생명을 단축했다 ..  (59, 64쪽)



  소로라고 하는 사람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소로라고 하는 사람이 입은 옷인 ‘몸뚱이’는 흙이 되면서 어느새 숲을 가꾸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소로라고 하는 사람은 숲이 되었습니다.


  소로라고 하는 사람이 남긴 글은 흙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소로라고 하는 사람이 살던 무렵에는 책이 도무지 안 팔렸다고 하지만, 이제 소로라고 하는 사람이 남긴 글은 모두 책이 되어서 아주 널리 읽힙니다. 그리고, 책이 읽힐 뿐 아니라, 책에 깃든 숨결을 맞아들여서 숲을 새롭게 지어서 가꾸겠노라 다짐하는 젊은이가 꾸준히 나타납니다.


  그러니, 소로라고 하는 사람이 남긴 글은 ‘노래’가 되었다고 할 만합니다. 삶을 밝히는 노래가 되어 지구별 사람들 가슴에서 흐릅니다. 사랑을 나누는 노래가 되어 온누리에 골골샅샅 퍼집니다. 꿈을 키우는 노래가 되어 아이한테도 어른한테도 기쁘게 스며듭니다.



.. 그에게 엄격히 이 마을의 관습이나 저 도시의 유행을 따르라고 강요해서도 아니 된다. 우리 모두는 그 조용한 광휘가 대중의 행동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빛나서, 우리의 삶을 더욱 잘 비춰 주고 안내해 준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 그는 허세 부리는 위인도 아니고, 주먹구구식의 섭생법에 얽매여 사랑하는 어머니의 선물에 무례하게 손사래를 칠 소인배도 아니었다. 또한 황혼이 내릴 때면 종종 친구 집을 들러 환영받는 손님으로 난롯가에 함께 앉았던 그의 오랜 습관을 그만두어야 할 이유도 전혀 없었다 ..  (73, 94쪽)



  나는 내가 선 시골자락에서 숲을 바라봅니다. 우리 식구가 깃든 보금자리는 소로 님이 살던 시골처럼 우거진 숲은 아니리라 느낍니다. 아무래도 한국은 미국에 대면 땅덩이가 많이 좁습니다. 숲도 들도 골짜기도 미국하고 크기를 댈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선 이곳에서 숲을 그립니다. 우리 집이 푸르게 우거지는 숲이 되기를 꿈꿉니다. 나무가 자라고, 풀이 돋으며, 꽃이 피는 숲을 그립니다. 나비가 날고 벌이 찾아들며 새가 지저귀는 숲을 그립니다. 나도 곁님도 아이들도 우리 ‘숲집’에서 푸른 바람을 마시면서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그릴 수 있기를 꿈꿉니다.



.. 우리 숲과 강은 바로 이 사람 덕택에 영원히 달라졌다. 그의 무엇인가가 남겨졌고, 진실로 영원히 그의 마을에 남을 것이다. 여기서 그는 태어났고, 그 안에서, 그가 추구한 전부인 바, 온갖 아름다움과 감흥의 원천을 찾았으며, 또한 우리 모두와 함께 나누었다 ..  (163쪽)



  옛날에는 어떤 사람도 ‘환경보호’나 ‘자연보호’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손수 흙을 일구어 나무와 풀을 아끼던 사람들은 삶이 고스란히 사랑이었습니다. 예부터 지구별 어느 곳에서나 ‘수수한 시골사람’은 낫과 호미와 쟁기 같은 연장을 지어서 썼을 뿐, 칼이나 총 같은 전쟁무기 따위는 벼리지 않았습니다.


  전쟁무기가 나타나고 군대와 경찰이 으르렁거리는 오늘날에는 곳곳에서 환경보호나 자연보호를 외칩니다. 그렇지만 막상 시골에 수수하게 깃들어 흙과 풀과 나무를 아끼면서 건사하려는 몸짓은 잘 안 나타납니다. 애써 시골에 깃들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텃밭과 마당과 꽃밭을 가꾸려는 몸짓을 보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마당 있는 집을 누리려는 사람은 드물고, 하나같이 아파트로 몰려듭니다.


  가만히 보면, 마당 있는 집을 재개발하는 일은 드뭅니다. 마당 있는 집은 두고두고 오래 가도록 짓습니다. 마당 없는 층집인 아파트는 으레 재개발을 해야 합니다. 마당 있는 집은 집임자가 틈틈이 손질하고 고쳐서 오래도록 건사합니다. 마당 없는 층집인 아파트는 도무지 손질하거나 고쳐서 쓸 수 없습니다.



.. 그는 또한 캠핑하는 법과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특히 고요한 밤중에 월든 호수 한가운데에서 보트 젓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 순간 주위의 산들이 잠에서 깨어나 소리쳤다 … “얘, 헨리야, 왜 아직 안 자고 있니?” 그가 답했다. “어머니, 저는 별들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 너머로 하느님을 볼 수 있을까 해서요.” … 소로는 결코 시민의 의무를 모두 무시한 것이 아니다. 자기 나라의 수준 낮은 도덕 의식이 그를 자극했고, 그래서 그는 수시로 그 조용하고, 위무적인 숲과 풀밭을 뒤로 하고, 콩코드에서건 어디건 인간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해 연설하러 떠났던 것이다 ..  (20, 33, 102쪽)



  《소로와 함께한 나날들》을 조용히 덮습니다. ‘여러 에머슨(아버지 에머슨과 아이들 에머슨)’이 소로라고 하는 사람과 함께 누린 나날이 알뜰살뜰 아로새겨진 이야기를 고요히 마음으로 그립니다. 숲을 사랑하여 숲사람이 되려고 한 넋이 하나 있고, 숲사람 곁에서 숲마음을 읽고는 숲노래를 함께 부르던 넋이 하나 있습니다. 두 넋은 서로 다르지만, 언제나 한마음이 되어서 한삶을 짓는 한사랑으로 나아갔습니다.


  내가 가꾸려고 하는 숲집은 누구보다 우리 식구한테 푸른 바람을 베풀어 주는 보금자리입니다. 그리고, 우리 숲집에서 태어난 푸른 바람은 지구별 곳곳을 두루 돌면서 모든 이웃한테도 푸른 바람을 나누어 줍니다. 푸른 숲바람이 새파란 하늘을 가르면서 아름답게 춤춥니다. 밝은 숲노래가 하얀 구름을 타고 온누리를 골고루 누비면서 맑은 여름비로 찾아갑니다. 4348.6.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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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왕짜 2015-06-05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나야겠어요, 소로, 다시.

숲노래 2015-06-05 05:50   좋아요 0 | URL
언제나 고운 노래를 들려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