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64 자전거



  자전거는 ‘스스로 구르는 바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 스스로 구르는가 하면, 내가 발판에 한 발을 디딜 적에 스스로 구릅니다. 그러니까, 자전거는 ‘스스로 구르는 바퀴’이되, 내가 한 발을 발판에 디뎌야 비로소 스스로 구릅니다.


  내 삶은 내가 짓습니다. 그런데, 내가 마음에 아무런 생각을 심지 않으면 나는 내 삶을 못 짓습니다. 내가 내 삶을 지으려면 나는 언제나 맨 먼저 스스로 생각을 품어서 마음에 씨앗으로 심어야 합니다. 이때에 곧바로 내 마음은 내 몸한테 ‘일(놀이)’을 알려줍니다. 내 몸은 내 마음한테서 받은 씨앗(어떤 일이나 놀이를 하라는 뜻)을 받아들여서 곧바로 움직입니다. 내 몸도 자전거와 똑같이 ‘스스로 움직이는 몸’이지만, 마음이 생각을 건네주어야 비로소 ‘스스로 움직이는 몸’이 됩니다.


  자전거는 바람을 가릅니다. 자전거는 바람을 마십니다. 자전거는 바람을 달립니다. 자전거에 몸을 실은 ‘나’는 자전거 발판을 구르면서 어느덧 자전거와 ‘한몸’이 되고, ‘한마음’으로 움직입니다. 이제 나는 스스로 구르는 바퀴요, 스스로 움직이는 몸이며, 스스로 짓는 삶입니다.


  자전거를 달릴 수 있으려면, 두 바퀴로 이 땅에 서야 합니다. 처음에는 새끼 바퀴를 뒷바퀴에 붙일 수 있으나, 이때에는 자전거답게 달리지 못합니다. 아기가 처음에 걸음마를 하듯이, 자전거를 달리기 앞서 새끼 바퀴를 붙여서 ‘걸음마 자전거’로 조금 움직이는 셈입니다. 걸음마를 마친 아기가 걸음을 걷듯이, 새끼 바퀴를 붙인 자전거는 ‘자전거’가 되려고 애씁니다. 마음을 쓰고 몸을 쓰며 기운을 씁니다. 이리하여, 어느 날 비로소 두 바퀴 자전거가 됩니다. 두 발로 이 땅에 우뚝 서서 걷듯이, 걷고 나면 뛰거나 달릴 수 있듯이, 두 바퀴로 오롯이 달릴 수 있는 자전거는, 바야흐로 ‘스스로 구르는 바퀴’로 거듭납니다.


  가만히 선 자전거는 그저 가만히 선 자전거입니다. 가만히 선 자전거는 구르지 않습니다. 생각이 없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그저 가만히 있는 사람입니다. 생각을 마음에 심어야 꿈이 자랍니다. 꿈이 자라는 마음일 때에 몸으로 할 일(놀이)이 있습니다. 몸으로 할 일이 생길 때에 비로소 사랑스레 하루를 짓습니다. 사랑스레 하루를 지으니 아름다운 삶으로 나아갑니다.


  자전거 발판을 구르면서 바람을 가르고, 바람을 마시면서, 바람을 달립니다. 내 온몸으로 삶을 지으면서 바람을 가르고, 바람을 마시면서, 바람을 달립니다. 바람을 가르며 내가 갈 곳을 찾습니다. 바람을 마시면서 내가 깃들 보금자리를 살핍니다. 바람을 달리면서 내가 지을 꿈을 이룹니다.


  자전거와 함께 살면서 내 몸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자전거와 하나되면서 내 마음을 새롭게 가꿉니다. 자전거와 한덩이로 달리면서 내 넋은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언제나 싱그러이 춤을 춥니다. 4348.3.3.불.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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