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576) 항간의 1


항간의 소문처럼 친미 외교, 경제 라인 세 명과 대통령이 2005년 11월 초 청와대 서쪽 별관에 모여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기 위한 프로젝트로 대통령의 결단을 밀어붙였다는 게 사실인가

《심상정-당당한 아름다움》(레디앙,2008) 108쪽


항간(巷間)

1. = 촌간(村間) 1

2. = 촌간 2

3. 일반 사람들 사이

촌간(村間)

1. 시골 마을의 사회

2. 마을과 마을의 사이


 항간의 소문처럼

→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처럼

→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처럼

→ 세상에 도는 얘기처럼

→ 떠도는 얘기처럼

→ 떠도는 말처럼

→ 들리는 얘기처럼

→ 들리는 말처럼

 …



  ‘항간’은 모두 세 가지 뜻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첫째와 둘째는 쓰일 일이 없구나 싶습니다. 뜻이 같다고 하는 ‘촌간’이 있는데, 이 낱말도 한국사람이 쓸 일이 없다고 봅니다. “시골 마을의 사회”는 “시골 사회”라 하면 되고, “마을과 마을 사이”는 “마을 사이”라고 하면 됩니다.


  셋째 뜻 하나로만 쓰는 ‘항간’이라 할 텐데, ‘일반 사람’으로든 ‘여느 사람’으로든 ‘세상 사람’으로든 다듬으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들 사이”를 뜻하는 한자말로 ‘항간’을 쓸 때보다, 말 그대로 “사람들 사이”라고 적을 때에, 얼핏 보기로는 글잣수가 몇 글자 많은 듯합니다. 그러나,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동안, 글잣수는 하나도 길지 않을 뿐더러, 뜻은 더욱 또렷해요.


 항간의 속설 → 사람들이 하는 얘기 / 떠도는 말

 항간에 떠도는 소문 → 떠도는 말

 항간에서 유행하는 것 →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

 항간의 풍문 → 떠도는 말 / 들리는 말


  ‘항간’이라는 한자말과 어울려서 “항간의 속설”이나 “항간의 소문”이나 “항간의 풍문” 같은 말투가 곧잘 나타납니다. 이 가운데 ‘속설(俗說)’은 “세간에 전하여 내려오는 설이나 견해”를 뜻하고, ‘풍문(風聞)’은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을 뜻하며, ‘소문(所聞)’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속설·풍문·소문’은 모두 “사람들 사이에서 흐르거나 떠도는 말”을 가리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한자말 앞에 ‘항간 + 의’를 붙이면 겹말이 되는 셈입니다.


  단출하게 “흐르는 말”이나 “떠도는 말”이나 “들리는 말”이나 “두루 퍼진 말”이나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써야지 싶습니다. 4341.10.15.물/4348.5.31.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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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얘기처럼 미국에 아양 떠는 외교, 경제 부서 세 사람과 대통령이 2005년 11월 첫무렵 청와대 서쪽 별관에 모여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고자 대통령 뜻을 밀어붙였다는데 참말인가


“친미(親美) 외교”는 “미국에 빌붙는 외교”나 “미국에 아양 떠는 외교”로 다듬고, “경제 라인(line)”은 “경제 부서”로 다듬으며, “세 명(名)”은 “세 사람”으로 다듬습니다. “11월 초(初)”는 “11월 첫무렵”으로 손보고, “역사적(-的)인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 대통령”으로 손보며, “되기 위(爲)한”은 “되려는”이나 “되고자”로 손봅니다. ‘프로젝트(project)’는 ‘계획’이나 ‘일’로 손볼 수 있는데, 이 자리에서는 아예 덜어내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도록”이나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되고자”로 고쳐써도 잘 어울립니다. “대통령의 결단(決斷)”은 “대통령 뜻”이나 “대통령 생각”으로 고치고, “밀어붙였다는 게 사실(事實)인가”는 “밀어붙였다는 말이 맞는가”나 “밀어붙였다는데 맞는가”로 고쳐 줍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51) 항간의 2


긴 수염 같은 피상적 방법이나 넓은 옷깃, 눈에 띄는 외투로 남들 눈에 대단해 보이려는 항간의 소인배가 아니었다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서강목 옮김-소로와 함께한 나날들》(책읽는오두막,2013) 14쪽


 항간의 소인배

→ 떠도는 양아치

→ 흔한 동냥아치

→ 너절한 멍청이

→ 어리숙한 사람

→ 못난 사람

 …



  ‘항간’이라는 한자말을 헤아린다면 “항간의 소인배”는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 씀씀이가 좁거나 나쁜 꿍꿍이가 있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이러한 사람을 잘 나타낼 하도록 ‘양아치’나 ‘동냥아치’ 같은 낱말로 고쳐쓰면 한결 낫고, ‘멍청이’나 ‘바보’ 같은 낱말로 고쳐써도 잘 어울립니다. “어리숙한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나 “바보스러운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꾀죄죄한 사람”이나 “속 좁은 사람”으로 고쳐써도 됩니다. 4348.5.31.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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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수염 같은 겉모습이나 넓은 옷깃, 눈에 띄는 겉옷으로 남들 눈에 대단해 보이려는 떠도는 양아치가 아니었다


“피상적(皮相的) 방법(方法)”은 “겉모습”이나 “겉치레”로 손질하고, ‘외투(外套)’는 ‘겉옷’으로 손질합니다. ‘소인배(小人輩)’는 ‘양아치’나 ‘동냥아치’나 ‘멍청이’나 ‘바보’로 손볼 만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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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6-01 01:22   좋아요 0 | URL
요즘 `의` 를 살피는데 쉽지 않아요. ^^

숲노래 2015-06-01 04:04   좋아요 1 | URL
익숙한 말버릇을 바로세우기란 만만하지 않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