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56) 나의 42


서울에 돌아온 이후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는데 서울 풍경에 점차 나의 눈이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새봄이 오면서 나의 서울 생활이라는 나무에도 잔뿌리가 내리는 느낌이다 … 한국과 프랑스라는 두 문화 사이를 오가며 느낀 나의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서울과 서울 사람들을 다소 거리를 가지고 관찰한 기록을 남기는 것을 나의 의무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수복-도시를 걷는 사회학자》(문학동네,2015) 31, 32쪽


 나의 눈이 익숙해지는

→ 내 눈이 익숙해지는

→ 눈이 익숙해지는

 나의 서울 생활이라는

→ 내 서울살이라는

 나의 개인적 체험을

→ 내가 겪은 일을

 나의 의무로

→ 내 의무로

→ 내가 할 일로

→ 내 몫으로

→ 내 일로

 …



  이 보기글에는 ‘나의’라는 말마디가 네 군데에 나옵니다. 이 말마디는 모두 ‘내’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아니면, ‘나의’이든 ‘내’이든 모두 덜어야 합니다. “서울이 차츰 눈에 익숙해진다”고 하면 되고, “새봄이 오면서 서울살이”도 잔뿌리를 내린다고 느낄 만하며, “두 문화 사이를 오가며 겪은 일”을 글로 갈무리하면서, “이러한 일을 즐겁게 받아들인다”고 하니까, 이처럼 ‘나의’나 ‘내’ 없이 부드럽게 글을 쓰면 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가 보고 겪고 쓰고 움직이는 삶이니, ‘내’를 사이사이 넣을 수 있습니다. 이 말마디를 넣고 싶으면 ‘내’를 올바로 넣으면 되고, ‘내’라는 말마디가 없어도 ‘바로 내가 일구는 삶’인 줄 글흐름에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합니다. 4348.5.28.나무.ㅅㄴㄹ



* 보기글 새로 쓰기

서울에 돌아온 뒤 처음에는 모두 새롭게 보였는데 서울 모습에 차츰 눈이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새봄이 오면서 내 서울살이라는 나무에도 잔뿌리가 내리는 느낌이다 … 한국과 프랑스라는 두 문화 사이를 오가며 내가 겪고 느낀 일을 바탕으로 서울과 서울사람을 여러모로 차분히 바라보고 나서 남기는 글을 내가 할 일로 받아들여야 할 듯했기 때문이다


‘이후(以後)’는 ‘뒤’로 다듬고, “모든 것이”는 “모두”로 다듬으며, “서울 풍경(風景)이”는 “서울 모습이”나 “서울이”로 다듬습니다. ‘점차(漸次)’는 ‘차츰’으로 손보고, ‘서울 생활(生活)’은 ‘서울살이’로 손보며, “나의 개인적(個人的) 체험(體驗)을 바탕으로”는 “내가 겪은 일을 바탕으로”나 “내 하루를 바탕으로”로 손봅니다. “다소(多少) 거리(距離)를 가지고”는 “살짝 떨어져서”나 “차분히 떨어져서”로 손질하고, “관찰(觀察)한 기록(記錄)을 남기는 것을”은 “바라보고 글로 쓰기를”이나 “바라보며 쓰는 글을”로 손질하며, “나의 의무(義務)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기”는 “내 일로 받아들여야 할 듯하기”나 “내가 할 일로 받아들여야겠다고 느끼기”로 손질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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