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7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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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12



마음을 끄는 사랑스러운 몸짓

― 유리가면 7

 미우치 스즈에 글·그림

 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0.4.30.



  마음속에 사랑이 있으면 됩니다. 사랑이 있으니 무엇이든 됩니다. 마음속에 사랑이 없으면 안 됩니다. 사랑이 없으니 무엇이든 안 됩니다. 누구나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내 마음속에 사랑이 있을 때와 없을 때에,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하고, 찬찬히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 “괜찮니? 정말 알 수 없는 애야. 무대 뒤로 들어온 순간 덜덜 떨기 시작이니. 무대 위에선 떨어진 목에 묻은 먼지도 털어낼 정도로 여유 있더니.” (20쪽)

- ‘엄마, 나 연극을 하고 싶어요. 나에겐 이것밖에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난 아무런 장점도 없고, 아무것도 잘하는 것 없는 별 볼일 없는 애지만, 이것만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걸요. 무대 위에 서면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태어나서 참 좋구나 하고 느껴지는 걸요. 있잖아요, 엄마. 누가 말려도, 반대해도, 설령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는 일이 될지라도, 나, 이 가슴의 불꽃은 꺼지게 할 수 없어요.’ (41쪽)





  미우치 스즈에 님 만화책 《유리가면》(대원씨아이,2010) 일곱째 권을 읽으면, 마야라는 아이가 연극을 하려고 무대에 서면 그만 모든 사람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는다고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마야는 이 대목을 아직 못 깨닫습니다. 아니, 마야는 나중에도 이 대목을 제대로 못 깨닫습니다. 마야는 그저 연극에 온마음이 이끌릴 뿐이고, 연극을 하면서 온몸이 활활 불타오를 뿐입니다.


  아유미라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재주를 뽐내면서 스스로 즐겁게 연극을 하지만, 마야는 어버이한테서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했다고 여기는 마음이면서도 어쩐지 연극을 하면 온몸이 불타오른다고 느낍니다. 이리하여, 처음에 사람들은 아유미 연극을 보면서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어디 또 있을까 하고 놀라워 하다가, 이윽고 마야 연극을 보면서 저렇게 수수한 아가씨가 무엇을 보여주겠느냐고 핀잔을 하던 마음이 싹 사라지면서 그만 넋을 잃은 채 마야 무대에 빠져듭니다.



- “그 애는 말이에요, 하라다 씨. 같은 연극을 하는 사람들에겐 위협적인 존재예요. 젊었을 땐 그 재능 때문에 여기저기의 무대에서 따돌림받게 되겠지. 하지만 하라다 씨, 결국 세상이 그 애를 인정해 주게 될 거예요. 대중이 그 아이를 원하게 될 거예요.” (66∼67쪽)

- ‘마야, 잘못이 있다면 그건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네 연기의 매력이야. 그 재능이라구. 그들은 네가 두렵고 질투가 나서, 그래서 너를 내쫓은 거야.’ “마야, 지금부터도 잊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거야. 인생은 길어. 나쁜 일이 있을 때마다 끙끙거리면 인생도 엉망이 된다구.” (81쪽)





  마야 연극은 어떻게 사람들 마음을 휘저을 수 있을까요? 마야는 어떻게 ‘무대광풍’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마야는 연극을 하면서 온마음을 하나로 모을 줄 압니다. 마야는 연극을 할 적에 ‘어떤 배역’이 되든 ‘그 배역과 하나’가 되어 삶을 새로 지을 줄 압니다. 마야는 ‘오늘 이곳에 있는 가난하고 가엾고 예쁘지도 않고 키도 작고 재주도 없는 몸’을 내려놓고는, ‘배역에 맞는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다시 태어날 줄 압니다. 스스로 새로운 사람이 될 줄 아는 마야이기 때문에, 마야 연극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새롭게 태어나는 숨결’에 사로잡혀서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마야 몸짓에서 읽으려고 합니다.




- “어떤 일이 있더라도 너에겐 연극이 있어. 네가 버리지 않는 한 연극도 널 버리지 않아. 그렇지, 마야?” (82쪽)

- “영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 (180쪽)



  마야가 보여주는 연극은 ‘넋(영혼)’으로 들려주고 보여주는 무대입니다. 마야는 딱히 재주도 솜씨도 없습니다. 마야도 재주와 솜씨를 키우려고 꾸준히 애쓰지만, 아직 터무니없이 모자랍니다. 마야는 어떤 배역을 따내어 제 이름값을 알린다거나 돈을 많이 벌겠다고 하는 뜻이 없습니다. 마야는 그저 무대에 서서 ‘새로운 배역’을 맡고 싶습니다. 마야는 그저 무대에서 ‘말 한 마디 없이 선 나무’로 있더라도 연극을 하면서 새로운 숨결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유리가면》에 나오는 마야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온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스스로 이루려고 하는 길로 힘차게 나아가려고 하는 몸짓이 된다면, 새로운 숨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내가 될 수 있고, 사랑이 가득한 내가 될 수 있습니다. 꿈을 꾸면서 삶을 짓는 내가 될 수 있으며, 고운 노래를 들려주는 푸른 바람이 될 수 있습니다.





- “어설프게 캐서린으로서의 예비지식을 갖고 있는 것보다는, 백지 상태가 차라리 나은 것 아닐까? 서툰 선입관 같은 건 없는 쪽이 나을지도 몰라.” (105쪽)

- “인간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그 자라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저절로 캐서린을 이해할 수 있게 되지.” (109쪽)



  마음을 끄는 사랑스러운 몸짓은 손재주가 아닙니다. 마음을 끄는 사랑스러운 몸짓은 이쁘장한 얼굴이나 몸매가 아닙니다. 내가 나를 참다이 사랑하면서 맑게 웃을 줄 아는 몸짓일 때에 비로소 마음을 끌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착하게 바라보면서 밝게 노래할 줄 아는 몸짓일 때에 바야흐로 마음을 끌기 마련입니다.


  “어설프게 예비지식을” 생각할 적에는 그저 어설플 뿐입니다. 지식이나 철학이나 종교를 어설프게 들이대려고 하면 언제나 어설프기만 합니다. 삶은 논리도 이론도 아닙니다. 삶은 그예 삶입니다. 몸으로 알고 마음으로 알아야 삶입니다. 몸과 마음으로 함께 배워서 사랑스레 나눌 줄 알아야 삶입니다.


  어떤 것이든 곱게 받아들이는 몸짓이기에 배울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버이한테서 말을 배울 수 있는 까닭은 ‘아무 예비지식이나 선입관’이 없이 어버이를 사랑스레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믿는다’기보다 ‘사랑한다’는 마음이기 때문에 어버이가 아이한테 말을 가르치고,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말을 배웁니다.


  연극도 삶도 교육도 모두 매한가지입니다. 사랑스러운 몸짓이 될 때에 모든 것을 이룹니다. 4348.5.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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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31 0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5-05-31 06:49   좋아요 0 | URL
<유리가면>이 처음 연재된 지 어느덧 4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마지막 권이 몇 해 앞서부터 나온다고 하면서도 아직 나오지 못했는데, 다른 만화도 이와 같지만 어떤 만화이든 `삶`을 이야기합니다.

<유리가면>은 `유리`라는 것과 `탈(가면)`이라는 것을 만화 이름으로 붙이면서, 우리 삶이 어떠한가를 넌지시 비추어 보이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내 삶`을 제대로 찾고 바라보고 즐기고 누리는 나날이 아니라, 마치 `탈`을 쓰고 연극을 하듯이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이끌리거나 휘둘리기 일쑤입니다.

`사랑`이라고 하는 것조차, 매체나 문학이나 사회에서 말하는 `이성 사이 짝짓기를 좋아하는 몸짓`이 사랑이라도 되는 줄 잘못 알기 일쑤이고, 그윽하면서 넉넉하고 따사로운 숨결인 `참사랑`은 모르는 채 하루하루 `삶이 아닌` `그저 연극뿐인` 나날을 보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면, 이런 글을 쓰는 나는 얼마나 `연극 아닌 삶`을 누리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삶을 생각하는 사람은 삶을 찾고, 삶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삶을 찾지 못합니다.

저도 만화영화를 보았는데, 만화영화에서는 `결말`을 맺지 않아서 그냥 그렇더라구요 ^^;;; 아무래도 <유리가면>은 결말이 안 난 작품이면서 워낙 인기를 많이 받은 작품이라서, 만화영화로 그린 감독이 상상력을 쓸 틈이 없었구나 싶어요.

언제나 스스로 삶을 찾으면서 나다운 사랑으로 하루하루 아름답게 누리시기를 빌어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