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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ㅣ 문학동네 세계 인물 그림책 2
아나 후앙 그림, 조나 윈터 글, 박미나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33
사랑을 찾아 삶을 지으며 그림을 그리다
― 프리다
조나 윈터 글
아나 후안 그림
박미나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2002.12.24.
조나 윈터 님이 글을 쓰고, 아나 후안 님이 그림을 그린 《프리다》(문학동네어린이,2002)를 읽습니다. ‘프리다 칼로’라고 하는 분이 그림을 어떻게 그리면서 스스로 삶을 가꾸었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프리다 칼로 님은 멕시코에서 1907년에 태어나서 1954년에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여러 사고를 치르면서 몸이 아파야 했고, 함께 짝을 지은 사내가 보여준 몸짓 때문에 마음이 아파야 했다고 합니다. 수없이 수술을 하면서 몸을 깎는 아픔을 받아들여야 했고, 이녁을 둘러싼 사람들을 마주하는 슬픔과 기쁨을 오롯이 맞아들여야 했다고 합니다.
곰곰이 살피면, 프리다 칼로 님은 ‘사랑을 찾는 삶’이었구나 싶습니다. 몸을 내려놓고 마음까지 내려놓으면서, 오직 사랑 하나를 바라보면서 삶을 짓지 않고서는, 하루조차 버틸 수 없는 나날이었으리라 싶습니다.
.. 프리다 집은 파란색이지요. 코요아칸이란 마을에 있어요 .. (3쪽)
누가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누가 나를 좋아하니까 내가 더 돋보이지 않고, 누가 나를 싫어하니까 내가 덜떨어지지 않습니다. 나는 언제나 나 그대로 있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좋아한대서 아이들이 더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싫어한대서 아이들이 덜떨어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아이답게 그대로 아름다웁고 사랑스러운 숨결입니다.
좋아함과 싫어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 언제나 마음앓이를 합니다. 누가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거나 내가 누군가를 싫어한다면, 언제나 마음이 다치거나 힘들거나 괴롭습니다.
내가 너를 좋아할 까닭이 없고, 네가 나를 싫어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내가 나를 사랑하면서 만나면 됩니다. 내가 나를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 아름답게 만나지 못합니다. 좋다거나 싫다고 하는 느낌에 끄달리지 않으면서 고요히 흐르는 사랑이 될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삶으로 거듭납니다.
.. 프리다는 그림 그리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어요. 그림을 그리면 하나도 슬프지 않았지요 .. (9쪽)
프리다 칼로 님은 스스로 그림을 배웠다고 합니다. 뛰어난 스승이나 놀라운 스승을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학교나 강의나 수업이나 책으로 그림을 배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먼먼 옛날부터 멕시코라는 나라에서 흐른 이야기를 가슴으로 받아들여서 기쁘게 그림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프리다 칼로 님이 보여주는 그림은 ‘멕시코 이야기 그림’입니다. ‘멕시코 민화’라고도 할 만합니다. 프리다 칼로 님이 보여주는 그림은 ‘현대 회화’도 ‘초현실주의’도 아닙니다. 그저 ‘사람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면, 한겨레가 예부터 그린 ‘민화’라고 하는 그림도 ‘사람 이야기’입니다. 여느 시골자락에서 시골살이를 일구면서 누린 그림입니다. 프리다 칼로 님이 빚은 그림도 멕스코 여느 시골자락에서 시골살이를 일구면서 손수 밥과 집과 옷을 지은 사람들이 빛낸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땅을 일구는 시골사람입니다. 바람을 마시고, 꽃과 나무를 아끼면서 땅을 가꾸는 시골사람입니다. 비와 눈을 노래하고, 벼락과 천둥을 바라보는 시골사람입니다. 정치나 경제를 하는 권력자가 아니라, 전쟁무기도 군대도 모르는 채, 제 땅을 제 손으로 일구면서 삶을 노래하고 웃음과 춤으로 두레를 엮은 수수한 시골사람입니다.
.. 사고가 난 뒤 프리다는 달라졌어요.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했고, 늘 몸이 아팠어요 .. (21쪽)
우리는 누구나 천재이면서 천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오직 하나뿐인 목숨을 사랑으로 받아서 태어납니다. 하늘숨을 마시는 넋으로 이 땅에 태어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이든 다 될 수 있고,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정규 학교를 마치고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벌어야 ‘먹고살’ 수 있다고 여기는데, 지난날에는 아무도 학교를 안 다녔으나, 모든 사람이 손수 땅을 부치면서 밥을 얻을 줄 알았고, 풀줄기에서 실을 뽑아서 옷을 지을 줄 알았으며, 나무를 베고 흙과 돌과 짚을 얻어서 집을 지을 줄 알았습니다. 아무런 ‘학교교육’이 없이, 지난날 모든 사람이 손수 밥과 집과 옷을 장만하며 살았어요. 게다가, 지난날에는 책 한 권이 없어도 ‘살면서 쓸 모든 말’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았습니다. 오늘날에는 한국말사전이나 식물도감이나 곤충도감이나 나무도감 같은 책을 옆에 두어야 ‘풀이름’이나 ‘벌레이름’을 알 만하지만, 지난날에는 누구나 풀과 벌레와 물고기와 새와 숲짐승과 나무 이름을 모조리 알았어요.
그러니, 예부터 우리는 누구나 ‘천재’였고, 오늘날에는 스스로 천재인 줄 잊으면서 학교교육만 받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내 삶을 그림으로 그리는 천재’로 살 수 있으나, 정작 오늘날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학교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틀에 따라서 남한테 보여주려는 예술작품 만들기’입니다.
.. 프리다는 다른 누구도 흉내내지 않았어요 .. (27쪽)
그림책 《프리다》를 천천히 읽습니다. ‘자유’를 뜻한다는 ‘프리다’를 어버이한테서 선물처럼 이름으로 받은 프리다 칼로 님은 이녁 그림에 ‘사람으로 살아가는 자유’를 담았구나 하고 느낍니다. 멕시코라고 하는 나라에서 태어나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랑과 자유’가 바로 프리다 칼로 님이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은 노래요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참말 “프리다는 다른 누구도 흉내내지 않았”습니다. 흉내를 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프리다 칼로 님은 오직 이녁 마음속을 바라보면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내 모습을 고스란히 바라보면 됩니다.
프리다 칼로 님은 이녁 스스로 사랑한 ‘내 모습’이자 ‘멕시코사람 이야기’를 그림으로 빚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우리 스스로 사랑할 ‘내 모습’이자 ‘한국사람 이야기’를 그림으로 빚고 글로 쓰며 사진으로 찍으면 됩니다.
사랑을 찾아 삶을 지으며 그림을 그립니다. 사랑을 찾아 살림을 꾸리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사랑을 찾아 보금자리를 가꾸며 노래를 부릅니다. 4348.5.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