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를 다루는 문학
어른문학이든 어린이문학이든 모든 이야기를 다룰 수 있습니다. 문학에서 다룰 수 없는 이야기란 없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다루든, 사람으로 이 땅에 태어나서 삶을 짓는 사랑을 짚거나 건드리면서 슬기로운 생각을 스스로 짓도록 북돋울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요즈음 어린이문학을 살펴보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흔히 떠도는 이야기를 으레 ‘문학이라는 틀’에 담거나 다루기는 하지만, 막상 ‘삶을 짓는 사랑’을 짚거나 건드리지 못할 뿐 아니라, ‘슬기로운 생각을 스스로 짓도록 북돋우는’ 몫도 못 하기 일쑤입니다. 글을 쓰는 짜임새에 맞추어 ‘머리말·몸말·맺음말’이라든지 ‘기승전결’이라는 얼거리에 따라서 가벼운 재미만 들려주려고 하기 일쑤입니다.
굳이 사건이나 사고를 어린이문학으로도 다루려 한다면, 글을 쓰는 어른은 깊고 넓게 생각을 기울여야 합니다. 수수한 이야기이든 떠들썩한 사건이나 사고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떠한 이야기나 수수께끼이든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글로 담아야 합니다.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사랑으로 녹이는 글이 되어야 합니다.
요즈막에 ‘이혼한 집’이 늘고 ‘가정폭력·학교폭력·사회폭력’이 떠들썩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건과 사고만 짚거나 건드릴 뿐이라면, 문학도 못 되고 어린이문학도 아닙니다.
어린이문학은 짐더미나 숙제가 아닙니다. 어린이문학은 오직 사랑입니다. 어린이문학은 삶을 사랑하는 슬기로운 숨결을 북돋울 수 있는 이야기꾸러미가 되어야 합니다. 4348.5.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