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47) 만개의 1
드디어 일 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기다리던 만개의 순간을 맞는 계절이 찾아온다
《마루야마 겐지/이영희 옮김-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바다출판사,2015) 65쪽
만개(滿開)
1. = 만발. ‘만발’, ‘활짝 핌’으로 순화
2. 활짝 열어 놓음
3. 돛을 돛대 끝까지 펴서 올림
만개의 순간을 맞는 계절
→ 활짝 피는 때를 맞는 철
→ 활짝 피는 철
→ 활짝 피어나는 철
→ 활짝 벌어지는 철
→ 활짝 터지는 철
…
한자말 ‘만개’는 ‘만발’과 뜻이 같다고 하는데, 한자말 ‘만발(滿發)’은 “꽃이 활짝 다 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만개’이든 ‘만발’이든 굳이 써야 하지 않습니다. 한국말로 “활짝 피다”를 쓰면 됩니다.
한국말로 “활짝 피다”를 넣으면, 보기글에서 ‘-의’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한국말로 쓰면 될 글을 한국말로 쓰지 못한 탓에 그만 ‘-의’를 끼워넣고 맙니다. 4348.5.17.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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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 해 동안 흘린 땀이 열매를 맺어, 기다리던 꽃이 활짝 피는 철이 찾아온다
“일(一) 년간(年間)의 노력(努力)이”는 “한 해 동안 흘린 땀이”나 “한 해 동안 애쓴 끝에”로 손보고, ‘결실(結實)’은 ‘열매’로 손봅니다. ‘순간(瞬間)’은 ‘때’로 손질하고, ‘계절(季節)’은 ‘철’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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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46) -의 : 초목의 무서운 생명력
더위가 한계에 이른 곳에서 순식간에 바람이 달라지고, 그토록 기세등등하던 초목의 무서운 생명력도 쇠퇴해 가는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이영희 옮김-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바다출판사,2015) 85쪽
초목의 무서운 생명력도
→ 무섭게 자라던 푸나무도
→ 무섭게 힘차던 푸나무도
→ 무섭게 뻗던 푸나무도
…
한국사람은 풀을 ‘풀’이라 하고, 나무를 ‘나무’라 합니다. 풀과 나무를 아우르는 한국말로 ‘푸나무’가 있습니다. ‘풀’을 한자로 옮기면 ‘草’이고, 풀로 지붕을 엮은 ‘풀집’을 한자말로 ‘초가(草家)’라 합니다. ‘나무’를 한자로 옮기면 ‘木’이고, 나무를 다루는 사람인 ‘나무장이’를 한자말로 ‘목수(木手)’라 합니다. 이리하여, ‘푸나무’를 한자로 옮긴 ‘초목(草木)’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일본사람은 글을 쓰면서 한자를 많이 집어넣습니다. 그래서 이 보기글처럼 ‘초목’이 무섭게 자란다고 글을 쓰기도 하는데, 한국말로 하자면 풀과 나무가 무섭게 자란다고 해야겠지요. 무섭다 싶은 기운으로 쭉쭉 뻗는 푸나무요, 무서우리만치 힘차게 자라는 푸나무입니다. 4348.5.17.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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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막바지에 이른 곳에서 갑자기 바람이 달라지고, 그토록 기운차고 무섭게 자라던 푸나무도 시들어 간다
‘한계(限界)’는 ‘막바지’나 ‘끝’으로 다듬고, ‘순식간(瞬息間)에’는 ‘갑자기’나 ‘갑작스레’로 다듬습니다. ‘기세등등(氣勢騰騰)하던’은 ‘기운차던’이나 ‘힘차던’으로 손보고, ‘초목(草木)’은 ‘푸나무’로 손보며, ‘생명(生命)’은 ‘목숨’이나 ‘숨결’로 손봅니다. “쇠퇴(衰退)해 가는 것이다”는 “시들어 간다”나 “저물어 간다”나 “시들시들해진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