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357 : 서울 하늘 상공


방송은 북한의 가상 폭격기가 서울 하늘 상공을 날아가는 장면을 상상하게 한다

《정수복-도시를 걷는 사회학자》(문학동네,2015) 98쪽


상공(上空)

1. 높은 하늘

  - 상공에 연을 띄우다 / 수천 피트 상공으로 올라가

2. 어떤 지역의 위에 있는 공중

 - 서쪽 상공으로 가상의 적기가 나타났다 / 서울 상공에 이변이 일어난 듯한


 서울 하늘 상공을 날아가는

→ 서울 하늘을 날아가는



  이 보기글에서는 “서울 하늘 상공”이라 나오는데, 한자말 ‘상공’은 “높은 하늘”을 뜻합니다. 그러니 겹말입니다. “서울 하늘 상공”처럼 적으면 “서울 하늘 하늘”처럼 말한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상공 = 어떤 지역의 위에 있는 공중’이라고도 나오는데, ‘공중(空中)’은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곳”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한자말 ‘공중 = 하늘’인 셈입니다.


  ‘하늘’은 어떤 곳을 가리킬까요? ‘하늘’은 “땅 위쪽”을 가리킵니다. 땅 위쪽이면 모두 하늘입니다. 개미와 사람이 있다고 하면, 사람 키보다 낮은 곳이라 하더라도 개미한테는 하늘입니다. 하늘에는 높은 하늘과 낮은 하늘이 있을 뿐이고, 땅 위쪽은 모두 하늘입니다. 그러니 ‘공중 = 하늘’이고, ‘상공 = 하늘’이며, 한국말사전에 달린 풀이말에서 “위에 있는 공중”처럼 적은 풀이말은 엉터리와 같은 겹말인 셈입니다. ‘공중’이라는 낱말은 땅 위쪽인 곳을 가리키니, 이 낱말 앞에 ‘어떤 지역의 위’라고 꾸밈말을 붙일 수 없습니다.


 상공에 연을 띄우다 → 하늘에 연을 띄우다

 서쪽 상공으로 → 서쪽 하늘로


  한자말 ‘상공’을 꼭 쓰고 싶다면 “서울 상공”처럼 적을 노릇입니다. 굳이 한자말을 쓸 생각이 아니라면 “서울 하늘”이라고만 적으면 됩니다. 다만, 어느 낱말을 골라서 쓰든 한국말은 ‘하늘’이고, 한자말은 ‘상공·공중’이며, 영어는 ‘스카이’인 줄 제대로 가릴 수 있어야 합니다. 4348.5.17.해.ㅅㄴㄹ



* 보기글 새로 쓰기

방송은 북한 폭격기가 마치 서울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의 가상(假想) 폭격기”에서 ‘가상’은 없으나 있는 듯이 여기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북한 폭격기가 정작 없지만 마치 있기라도 하다고 여기는 모습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마치 북한 폭격기가 … 날아가는” 꼴이 되도록 손질합니다. “장면(場面)을 상상(想像)하게”는 “모습을 떠올리게”나 “모습을 그리게”로 손봅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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