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27] 치움질



  아침에 일어나서 부엌을 치우고 마당을 씁니다. 자질구레한 것을 한창 치우다가 ‘청소(淸掃)’라는 낱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어릴 적부터 집이나 마을이나 학교에서 으레 ‘청소’라는 낱말을 들었는데, 마을 어르신은 “청소는 무슨, 그저 치울 뿐이지.” 같은 얘기를 으레 들려주었습니다. 할매나 할배가 비질을 하거나 걸레질을 하거나 집살림을 건사하는 몸짓은 ‘치움질’일 뿐이고 ‘청소’는 아니라고 했어요. 한국말사전을 한번 살펴봅니다. ‘청소’는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치우다’는 “청소하거나 정리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두 낱말은 똑같은 뜻인 셈입니다. 다시 생각을 해 봅니다. ‘청소’라는 낱말은 일제강점기에 조금씩 퍼졌다고 할 만하고, 새마을운동을 나라에서 부채질하면서 널리 퍼졌다고 할 만합니다. 예나 이제나 나이가 제법 많은 분들은 “자, 집을 치워 보자”라든지 “골짜기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자”처럼 말씀합니다. 이제 부엌 치움질과 마당 치움질을 마무리짓습니다. 아이들을 불러 마당에서 놀도록 하고 마당을 마저 치웁니다. 치움질을 마쳤으니 아침을 지으려 합니다. 4348.5.11.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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