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75) 으애― (‘―’를 붙이는 말투)


부엉이는 창가를 한다. 부―엉 … 애기가 코― 자면서 … 너는 너는 나―리 … 들녘새는 펀―한 들녘 … 순이가 찾아내니까 으애― 하고 울었습니다 … 옛이야기처럼 살―살― 바람결에 고개를 … 이―슥하여 내리는 밤이슬 … 웃수머리 둥구나무, 조―그만하게 보였다

《오장환-부엉이는 부끄럼쟁이》(실천문학사,2014) 16, 18, 20, 27, 39, 42, 46, 62쪽



  일본에서 나온 책을 보면 ‘―’를 퍽 자주 씁니다. 말을 늘인다든지 길게 소리내려고 하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를 넣습니다. ‘에또’는 일본말인데 이 일본말을 ‘에―또’처럼 적기도 해요. 이렇게 적으면 껍데기는 한글이어도 아주 일본말(일본글)인 셈입니다.


 부―엉 → 부엉 / 부어엉 / 부엉부엉

 코― 자면서 → 코 자면서 / 코오 자면서


  긴소리를 나타내려고 ‘―’를 넣는다고도 할 수 있으나, 한국말에서는 ‘―’를 넣지 않고 긴소리를 나타냅니다. 영어 같은 서양말에서는 ‘:’ 같은 기호를 써서 긴소리를 나타내기도 하지요. 그러나 한국말을 글로 적을 적에는 ‘:’도 쓰지 않고 ‘―’를 쓰지도 않습니다. 말소리를 그대로 받아서 적은 뒤, 입으로 읽을 적에 길게 소리를 냅니다. ‘부엉’이라 적더라도 이 글을 읽을 적에 ‘부어엉’이나 ‘부우엉’처럼 소리를 내지요.


 너는 나―리 → 너는 나리 / 너는 나아리

 펀―한 들녘 → 펀한 들녘 / 퍼언한 들녘


  이 보기글은 오장환 님이 일제강점기에 쓴 동시입니다. 일제강점기에 글을 쓴 다른 분들도 오장환 님처럼 ‘―’를 으레 넣었습니다. 그무렵에는 ‘―’를 넣지 않으면 글이 안 된다고 여긴 듯합니다. ‘그녀’ 같은 일본말도 일제강점기에 지식인이 받아들였고, ‘の’를 ‘의’로 옮겨서 적는 글버릇도 일제강점기에 지식인이 받아들여 퍼뜨렸습니다. 그래도 요즈음에는 ‘―’를 넣어 글을 쓰는 분이 크게 줄었습니다. 한국말하고 어울리지 않는 기호이기도 하고, 입으로 소리를 내어 말을 할 적에는 이런 기호가 덧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으애― 하고 → 으앵 하고 / 으애앵 하고

 살―살― 바람결에 → 살살 바람결에 / 사알사알 바람결에


  한국말은 ‘붉다’를 ‘불그스름하다’라든지 ‘발그스름하다’라든지 ‘불그죽죽하다’처럼 새롭게 나타내기도 합니다. 붉은 빛깔이 살짝 옅거나 짙다는 느낌을 나타내려고 말을 늘여서 적습니다. 매미가 우는 소리를 ‘맴맴’처럼 적기도 하지만 ‘매앰매앰’처럼 적기도 하고 ‘매애앰매애앰’처럼 적기도 합니다. 한국말은 ‘매―앰’처럼 적지 않습니다. 홀소리를 사이에 넣어서 긴소리를 나타냅니다. 개구리가 우는 소리도 ‘개골개골’을 바탕으로 ‘개애골개애골’이라든지 ‘개고올개고올’처럼 적습니다.


  ‘살살’ 같은 낱말은 ‘살살살살’처럼 적을 수 있고, ‘사알사알’이라든지 ‘스을스을’이나 ‘사알살사알살’이라 적을 수 있습니다.


 이―슥하여 내리는 → 이슥하여 내리는

 조―그만하게 보였다 → 조그만하게 보였다


  어느 모로 본다면 ‘―’를 넣어서 글을 쓰는 놀이를 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얼거리로 ‘:’ 같은 기호를 넣어 글을 쓰는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겨레는 이런저런 기호가 없이도 얼마든지 닿소리와 홀소리를 늘이거나 줄이거나 깎거나 다듬어서 말놀이를 즐겼습니다. 한두 가지 기호로는 담아낼 수 없는 그윽하거나 너른 말맛을 닿소리와 홀소리를 쓰면 얼마든지 가꾸거나 북돋울 수 있습니다. 4348.5.8.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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