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델과 주말을 보낸다고요? 비룡소의 그림동화 25
케빈 헹크스 지음,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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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27



놀이로 피우는 이야기꽃

― 웬델과 주말을 보낸다고요?

 케빈 헹크스 글·그림

 이경혜 옮김

 비룡소 펴냄, 2000.4.17.



  물구나무를 섭니다. 아버지가 물구나무를 서면, 아이들은 옆에서 저희도 물구나무를 서겠다면서 콩콩 뜁니다. 두 아이는 아직 물구나무서기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발목을 잡아 주면 하하하 웃으면서 두 팔로 버티다가 폭 주저앉습니다. 그래도 다시 물구나무를 서겠다면서 달라붙고, 또 주저앉고 다시 주저앉습니다.


  두 팔을 잡고 마당에서 빙글빙글 돌면 아이들은 하늘을 훨훨 납니다. 무섭다고 하면서도 팔을 잡혀서 빙글빙글 돌기를 좋아합니다. 놀이기구가 없어도, 놀이공원에 가지 않아도, 어버이는 온몸으로 아이를 태우고 던지면서 재미나게 놀 수 있습니다.


  두 아이와 놀다가 힘들면 방바닥에 엎드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엎드리면 두 아이는 아버지를 말로 삼아서 올라타는데, 때로는 아버지 등짝을 배로 여겨 뱃놀이를 합니다. 그러면 나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아이들은 아버지 등짝에서 너른 바다를 가로지르는 뱃놀이를 하다가 바다에 풍덩풍덩 빠집니다.




.. 웬델과 소피는 엄마 아빠 놀이를 했어요. 웬델이 뭐든지 다 정했어요. 웬델은 아빠랑 엄마랑 다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 노릇을 다 했어요. 소피는 강아지였어요 ..  (4쪽)



  케빈 헹크스 님이 빚은 그림책 《웬델과 주말을 보낸다고요?》(비룡소,2000)를 가만히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쥐’를 빗대어 두 아이가 나옵니다. 한 아이는 소피이고, 다른 한 아이는 웬델입니다. 웬델은 소피네 집에서 며칠 머물기로 합니다. 소피는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입니다. 웬델은 시끌벅적하고 장난꾸러기입니다. 두 아이는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놀 수 있을까요?


  웬델은 소피네 집에 와서 처음 하는 말이 ‘장난감이 너무 적다’입니다. 아마 웬델네 집에는 장난감이 많은가 봐요. 그러나 웬델은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장난감이 몇 가지 없어도 얼마든지 무엇이든 하며 놀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웬델은 소피를 이끌면서 온갖 놀이를 합니다. 그런데 웬델은 소피가 어떻게 느낄는지 헤아리지 않아요. 그저 혼자 앞서 나갑니다.




.. 점심을 먹을 때에도 웬델은 땅콩버터와 젤리를 손가락에 묻혀 온통 낙서를 했어요. 웬델이 말했어요. “참 재미있지?” 소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  (16쪽)



  웬델은 무척 신나게 놉니다. 소피는 무척 조용히 지켜봅니다. 소피는 웬델이 거북하면서 힘겹습니다. 그렇지만 어쩌는 수 없어요. 웬델네 어버이가 여러 날 웬델을 맡겼거든요. 웬델은 소피네 집에 머물러야 합니다. 소피는 이것도 참고 저것도 견디면서 보냅니다. 소피는 웬델이 언제 저희 집으로 돌아가려나 싶어서 기다립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어찌하지 못합니다. 소피네 어버이도 장난꾸러기 웬델을 어찌하지 못합니다. 소피도 소피네 어버이도 웬델을 어찌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느 모로 보면 소피와 소피네 어버이는 ‘놀이’를 모른다고 할 만합니다. 소피도 소피네 어버이도 너무 조용합니다.


  소피는 왜 얌전둥이로 지낼까요? 소피네 어버이는 왜 소피랑 시끌벅적하게 놀지 못할까요? 소피도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놀고 싶지는 않을까요? 소피네 어버이도 어릴 적에는 개구쟁이나 장난꾸러기가 되어 신나게 뛰놀지 않았을까요?




.. 이번에는 소피가 뭐든지 다 정했어요. 소피가 소방대장을 했어요. 웬델은 불타는 건물이었어요. 소피가 말했어요. “참 재미있지?” 웬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  (24쪽)



  함께 놀기에 한결 재미있습니다. 혼자만 놀면 재미있지 않습니다. 서로 아끼면서 놀기에 더욱 즐겁습니다. 한 사람만 웃으면서 놀면 재미없습니다. 서로 북돋우고 돌볼 줄 아는 마음이 되어 놀 때에 싱그러운 웃음이 터집니다.


  예부터 ‘깍두기’가 있습니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끼지 못하는 아이는 깍두기가 되는데,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따스하게 보살펴 줍니다. 놀이를 잘 하지 못하는 아이는 깍두기가 되어 두 쪽 모두한테서 사랑을 받으며 함께 놉니다.


  조금 서툴면 서툰 대로 함께 섞입니다. 조금 어수룩하면 어수룩한 대로 함께 어울립니다. 놀이는 일등이나 이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놀이는 꼴등을 따지지 않습니다. 한 아이가 너무 오래 술래를 하지 않도록 서로 돌아가면서 놉니다. 일부러 지기도 하지만, 일부러 이기기도 합니다. 놀이에서는 이기고 지는 일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가 함께 웃고 노래할 수 있도록 서로 마음을 기울입니다.



.. 소피 엄마가 말했어요. “이제 갈 시간이야!” 소피 아빠가 말했어요. “이제 갈 시간이야!” 웬델이 말했어요. “벌써요?” 소피가 말했어요. “벌써요?” ..  (28쪽)



  그림책을 보면, 막바지에 비로소 소피가 마음을 엽니다. 소피가 마음을 열 무렵 웬델도 홀가분합니다. 소피는 시끌벅적하게 노는 재미를 비로소 깨닫습니다. 하하하 웃고, 히히히 뒹굴며, 옷이며 몸이 흠뻑 젖거나 흙투성이가 된들 대수롭지 않아요. 마루와 집안을 이렁저렁 더럽혀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젖은 옷은 벗으면 되고, 흙투성이 몸은 씻으면 됩니다. 어질러진 집안도 치우면 되지요.


  이제 소피는 웬델과 더 놀고 싶습니다. 그러나 웬델은 저희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소피네 어버이는 웬델이 돌아간다고 하니 한시름 놓습니다. 이와 달리, 소피는 웬델한테 쪽글을 하나 남깁니다. 다음에 다시 놀자는 이야기를 적어서 띄웁니다. 웬델은 새롭고 신나며 즐거운 놀이동무를 사귀었습니다. 소피도 삶을 더욱 맑고 환하게 밝히도록 북돋우는 멋진 놀이동무를 사귀었습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자랍니다. 어른들도 놀면서 자랐습니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고 달리고 뒹굴고 날면서 무럭무럭 큽니다. 어른들도 마음껏 뛰고 달리고 뒹굴고 날았기에 튼튼하며 아름답게 우뚝 서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놀이가 있어 기쁩니다. 놀이를 함께 즐기면서 웃습니다. 놀이를 새롭게 지으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노는 하루는 이야기꽃이 피는 삶입니다. 4348.5.6.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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