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돌이 되는 글쓰기


  언제부터 글을 쓰려고 했는가를 돌아본다. 나는 내 글을 어떻게 읽히고 싶었는가를 곰곰이 되짚는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을 이웃이 읽을 적에 ‘삶을 배우고 사랑을 생각하도록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나로서는 내가 ‘글을 쓴다’고 처음 생각하던 열일곱 살 나이에 품은 생각 그대로 글을 쓴다. 나는 내 글이 다른 사람이 쓴 글보다 훌륭하거나 멋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내 글이 언제나 ‘징검돌’이 되기를 바란다.

  내가 쓰는 글은 동무나 이웃한테 징검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보다 내 글은 나 스스로한테 징검돌이 될 수 있다. 적어도 내 글은 바로 나한테 징검돌이 된다. 내가 이 글을 하나 쓰면서 나 스스로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어떻게 읽든 대수롭지 않다. 왜 그러한가 하면, 어떤 글이든 책이든, 스스로 삶을 북돋우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뛰어난 글이어야 둘레 사람을 일깨우지 않는다. 어설픈 글이기 때문에 이웃이나 동무를 못 깨우치지 않는다. 언제나 ‘바로 내 마음’에 따라서 내 삶이 달라진다.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글을 잘 써도 내 이웃이나 동무는 쳇바퀴질만 할 수 있다.

  내 글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을 일깨우도록 할 수도 있지만, 이 대목은 대수롭지 않다. 내가 쓰는 내 글은 누구보다 바로 나를 일깨울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쓰는 글을 내가 스스로 다시 읽으면서 내 삶을 내가 바로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내 글은 다른 사람을 바라보기보다는 바로 나를 바라보면서 쓰는 글이다. 다른 사람들이 기쁘게 기운을 얻어서 일어나도록 돕는 글을 쓴다기보다, 내가 바로 내 글을 새로 읽으면서 기운을 내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살 수 있도록 이끌려고 쓰는 글이다.

  나는 내가 글을 잘 쓰는지 못 쓰는지 모른다.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한다.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북돋우도록 이끌 만한 글을 쓰는지, 아니면 어영부영 바보스레 허덕이는 삶을 풀어내는지, 이러한 대목만 돌아본다.

  아름답게 살려고 꿈을 꾼다. 그래서 스스로 아름답기를 꿈꾸는 글을 쓴다. 사랑스럽게 웃음꽃을 피우려는 꿈을 꾼다. 이리하여 스스로 아름답게 웃고 노래하는 삶을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 나는 늘 내 삶을 새롭게 가꾸면서 한 걸음씩 새롭게 걷는 징검돌이 되는 글을 쓴다. 4348.5.6.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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