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6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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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11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된다

― 유리가면 6

 미우치 스즈에 글·그림

 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0.4.30.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데, 왜가리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바람을 가르며 날아갑니다. 왜가리는 날갯짓을 하지 않고 날아갑니다. 높은 하늘에서 바람을 살며시 타고 물처럼 가볍게 흐르듯이 납니다.


  바람을 타는 맛이란 어떠할까 궁금합니다. 바람을 가만히 타고서 몸에 힘을 모두 빼고 하늘을 나는 기쁨이란 어떠할까 궁금합니다. 바람을 타고 하늘을 가르는 동안 몸에는 아무 힘이 안 들어갈 테고, 어디로든 바람과 함께 부드럽게 갈 테지요.


  내 몸은 이 땅에 있습니다. 내 마음은 이 땅에도 있고 하늘에도 있습니다. 살며시 눈을 감고 저 왜가리처럼 하늘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는 모습을 그립니다. 내 숨결이 바람과 하나가 되어 흐르는 모습을 헤아립니다.




- ‘해 봐라, 마야. 네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자신이 생각하고 고통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역이 탄생하는 거란다.’ (8쪽)

- “얘, 넌 그저 엑스트라일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니?” “하지만, 난, 연기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밖엔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거든. 좋아하는 것만큼은 열심히 하고 싶어. 어릴 때부터 엄마가 늘 말했어. 아무 쓸모없는 못난 것이라고. 하지만 연기하고 있을 때만큼은 어쩐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21∼22쪽)



  미우치 스즈에 님 만화책 《유리가면》(대원씨아이,2010) 여섯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유리가면》 여섯째 권에서 ‘마야’는 저 스스로 걷는 연극길이 어떠한 삶인가를 차분히 돌아봅니다. 주연이건 조연이건 단역이건, 무대에 설 수 있는 보람이 무엇인가를 가만히 되새깁니다.


  연극과 숨결이 다른 영화에도 나와 보면서, 무대는 달라도 사람들한테 다가서는 마음이 같다는 대목을 읽습니다. 연기와 무대로 보여주려는 이야기는 바로 사람들 가슴에 아름다운 노래로구나 하고 찬찬히 깨닫습니다.





- ‘난 할 거야!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내일을 향한 첫걸음. 내일을 위한 시작. 내일을 향한!’ (32∼33쪽)

- ‘기쁘다. 내 연기가 돈이 되다니. 다행이다. 이걸로 교재비를 낼 수 있게 됐어.’ (38쪽)

- “어떤 인물이냐고? 행인이야, 행인!” “예, 하지만 노인인지 젊은이인지 어린애인지, 부자인지 가난한지 귀족인지 상인인지, 거기에 따라 삶의 방식도 상당히 다를 텐데.” (54쪽)



  언제나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됩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니 아름답게 됩니다. 스스로 밉다고 생각하니 밉게 됩니다. 그러니까, 마야는 마야 스스로 여왕이라고 생각하니 여왕이 됩니다. 마야는 마야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연극을 하니까 ‘살아서 숨쉬는 느낌’이 들면서 기쁘게 웃고 노래할 수 있습니다.


  제자리걸음을 걷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 발짝 내딛습니다. 뒷걸음을 치지 않으려고 힘을 냅니다. 오늘 이곳에서 모레로 차근차근 나아가려고 온힘을 모읍니다.


  살아서 숨을 쉬는 사람인 줄 알려고 이 길을 걷습니다. 살아서 숨을 쉴 뿐 아니라, 웃고 노래하면서 사랑을 짓는 아름다운 사람인 줄 알려고 이 길을 갑니다. 살아서 숨을 쉬는 동안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삶을 지으려고 이 길에 섭니다.




- ‘여왕님! 아아, 나 여왕님이 되는 거야. 멍청하고 열등생인 내가 여왕님으로. 거짓말 같아. 연극이라서 할 수 있는 거야. 아무리 본모습은 볼품없어도 여왕의 가면을 쓰고 여왕의 인생을 살아가는 거야. 그리고 그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만은, 나는 내가 아니야. 난 지금 여왕님이 되는 거야.’ (60∼61쪽)

- “왜 그러니, 아유미? 그 다음은.” “죄송합니다. 선생님, 여러분. 지금 것을 다시 한 번 하게 해 주세요. 안 돼요. 왠지 진짜가 아냐. 역에 동화되지 않아요. 그저 거지 역을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 (93쪽)



  꿈을 생각하는 사람은 꿈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꿈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는지 알지 못합니다. 꿈을 생각하는 사람은 꿈으로 나아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찾고 살핍니다. 꿈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는지 모르니, 이리저리 헤매거나 부딪힙니다.


  꿈을 생각하기에 가시밭길을 가시밭길로 여기지 않고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꿈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멍하니 걸어가니, 가시밭길이 나오면 짜증스럽고 걸림돌이 보이면 갑갑합니다.


  스스로 가꾸는 마음에 따라 하루가 달라집니다. 내 마음에 즐거운 노래를 실으면 어떤 일을 겪든 그저 즐겁게 맞아들이면서 새롭게 추스릅니다. 내 마음에 즐거운 노래를 싣지 못하면 아무리 놀랍거나 멋지거나 고마운 일을 겪더라도 제대로 즐기거나 누리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 ‘해야 해. 할 거야, 연극을! 단 한 사람이라도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는걸. 기다려 주고 있어. 내 연극을. 아무것도 아닌 나를.’ (107쪽)

- “지금의 그 애로서는 멀었다고, 츠기카게 씨가 그렇게 말했다고? 지금 그 애로서는 멀었다고.” “예, 예, 분명 그렇게 말했다고. 그렇지?” “그래? 그렇다면 그 애가 미래의 〈홍천녀〉라는 거군.” (119쪽)



  연극을 하는 마야는 스스로 생각합니다.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합니다. 연극을 하면서 마야는 스스로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들한테 나누어 줄 수 있는 빛과 고요를 생각하고, 이웃하고 나눌 수 있는 웃음과 눈물을 생각하며, 동무와 함께 나누는 사랑과 꿈을 생각합니다.


  연기를 하려고 하는 연기가 아닙니다. 연극을 하려고 하는 연극이 아닙니다. 무대에 서려고 세우는 무대가 아닙니다. 꿈이 있기에 연기를 하고, 꿈을 이루는 길에서 즐겁기에 연극을 합니다. 꿈으로 나아가면서 무대에 서고, 꿈을 활짝 피우려고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합니다. 4348.5.5.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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