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고 말해 줘 문학동네 동시집 30
이상교 지음, 허구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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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56



우리는 누구나 사랑스러운 넋

― 예쁘다고 말해 줘

 이상교 글

 허구 그림

 문학동네 펴냄, 2014.7.28.



  나무는 푸르게 우거집니다. 그래서, 나무를 바라보면서 ‘이야, 푸르구나.’ 하고 말합니다. 작은 들꽃도 커다란 나무꽃도 곱게 피어납니다. 그래서, 꽃을 바라보면서 ‘이야, 곱구나.’ 하고 말합니다. 소나기를 이끌고 찾아오는 뭉게구름은 새하얗습니다. 그래서, 구름을 바라보면서 ‘이야, 하얗구나.’ 하고 말합니다. 새파랗게 빛나는 하늘과 맞닿은 바다가 파랗습니다. 그래서, 너른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야, 파랗구나.’ 하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어버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늘 말합니다. ‘이야, 참으로 사랑스럽구나.’ 따사로운 손길로 늘 정갈하게 어루만지는 어버이가 반가운 아이들이 어버이를 바라보며 언제나 말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해요.’



.. 어딘지 모르지만 / 난 아파 // 내일 학교에 / 못 갈 것 같아 // (참, 내일은 토요일!) ..  (난 아파)



  모든 꽃은 곱습니다. 모든 사람은 사랑스럽습니다. 모든 나무는 푸릅니다. 모든 별은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내가 어느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면서 ‘참으로 곱네.’ 하고 말하기에 꽃이 고울 수도 있고, 내가 굳이 꽃더러 ‘너 곱구나.’ 하고 말하지 않아도 꽃은 늘 그곳에서 곱게 피고 집니다. 내가 누군가를 마주하면서 ‘참으로 사랑스럽네요.’ 하고 말하기에 그 사람이 사랑스럽게 웃을 수도 있고, 내가 굳이 어느 한 사람더러 ‘그대는 몹시 사랑스럽습니다.’ 하고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스러운 숨결로 하루를 삽니다.



.. “네 동생 참 이쁘던데.” / 김밥집 아줌마가 말했다 // 그 사람들은 / 내가 진짜 / 이쁠 때를 못 봐서 / 그런다 ..  (내가 이쁠 때)



  이상교 님이 빚은 동시집 《예쁘다고 말해 줘》(문학동네,2014)를 읽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예쁘니 예쁘다고 말할 만하고, 아이들은 늘 예쁘기에 굳이 예쁘다고 말하지 않아도 될 만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아이다운 숨결이기에 곱고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짓이나 목소리나 낯빛 때문에 곱거나 사랑스럽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 가슴에 깃든 넋을 바라보면서 곱거나 사랑스럽다고 말합니다.


  어른은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서 아이로 자랍니다. 그러니까, 어른들 가슴에도 곱고 사랑스러운 넋이 있습니다. 다만, 아기에서 아이를 지나 어른이 되는 사이에 ‘내 가슴속 곱고 사랑스러운 넋’을 잊는 사람이 많을 뿐입니다. 스스로 곱고 사랑스러운 넋인 줄 잊지 않는 어른은 늘 웃고 노래하면서 밝은 숨결입니다. 스스로 곱고 사랑스러운 넋인 줄 잊고 마는 어른은 자꾸 바보스러운 짓을 일삼으면서 웃음을 잊고 노래를 잃으며 밝은 숨결마저 팽개칩니다.



.. 쌀만 먹어 / 하얗고 / 쌀만 먹어 / 통통 살 오른 / 꼬물꼬물 쌀벌레 / 한 마리 ..  (쌀벌레)



  곰곰이 돌아본다면, ‘예쁘다’는 말은 아이보다 어른이 들어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예쁘다’ 같은 말을 듣지 않아도 서운해 하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어른들은 ‘예쁘다’ 같은 말을 들은 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스스로 예쁜 줄 잊고, 스스로 고운 줄 잊으며, 스스로 사랑스러운 줄 잊은 어른이에요. 그러니까, 어른들은 자꾸자꾸 ‘예쁘다’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예쁘고 고우며 사랑스럽다는 말을 들으면서, 차근차근 ‘어린이 마음’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따사로운 넋을 되찾고, 사랑스러운 숨결을 되찾아서, 언제나 아름다운 길을 씩씩하게 걷는 사람으로 우뚝 설 수 있어야 합니다.



.. 새가 / 똥을 / 뽀지직! // 풀씨 한 톨 든 / 똥을 / 뽀지직! ..  (새똥)



  새 한 마리가 하늘을 가릅니다. 아이들은 새처럼 하늘을 날면서 놀고 싶습니다. 어른들은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을까요? 어른들은 비행기를 타면 된다고 여길까요? 비행기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하늘을 가르면서 새와 동무가 되어 놀고 싶은 마음은 어느새 사라졌을까요? 어른이 된 탓에 ‘사람도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생각을 잊었을까요?



.. 새 한 마리 /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 내려와 앉는다 ..  (휘청)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새는 제 몸에 씨앗을 품습니다. 새끼 새를 낳을 씨앗도 몸에 품지만, 이곳저곳에 새로운 풀과 나무가 자라도록 이끌 풀씨와 나무씨도 품습니다.


  가만히 따지면, 사람도 예부터 풀씨와 나무씨를 옮기며 살았습니다. 옷에 풀씨를 붙이면서 돌아다니니, 사람이 걷는 길에 따라 풀이 옮겨서 자랄 수 있습니다. 나무 열매를 따서 먹고는 씨앗을 흙한테 돌려주면, 나무씨는 씩씩하게 새로운 곳에서 천천히 자랄 수 있습니다.


  사람은 풀씨나 나무씨를 옮기는 줄 알아채지 못해요. 새도 풀씨나 나무씨를 옮기는 줄 알아채지 않습니다. 그저 수수하게 씨앗을 옮깁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나무씨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서 줄기를 올리기까지 퍽 긴 해가 걸립니다. 사람이 열매를 먹고 씨앗을 흙한테 돌려주고 나서 제법 긴 해가 흘러야 비로소 나무 한 그루가 새로 오릅니다. 그러니, 그 나무가 ‘사람이 먹고 흘한테 돌려준 씨앗’에서 비롯한 줄 알기는 어렵습니다.



.. 봉오리 속에 / 흰 새 한 마리씩 / 감추고 있다가 // 호르륵호르륵― / 다 놓아주었다 ..  (목련)



  동시 한 줄에 고운 마음이 깃듭니다. 동시 두 줄에 사랑스러운 숨결이 서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동시를 읽는 어른은 ‘몸은 어른’이되 ‘마음은 아이’다운 넋으로 하루를 새롭게 열고 싶은 뜻이리라 느낍니다. 아이들한테 들려줄 동시를 쓰는 어른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맑은 눈빛으로 거듭나면서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서 노래로 부르고 싶은 뜻이리라 느낍니다.


  봉오리에 새를 한 마리씩 품은 꽃나무처럼, 가슴에 사랑을 가득 품은 사람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예쁘고 고우며 사랑스럽습니다. 이 예쁜 마음을 알뜰히 북돋웁니다. 이 고운 숨결을 살뜰히 가꿉니다. 이 사랑스러운 넋을 따사롭게 보듬으면서 오늘 아침도 새롭게 엽니다. 4348.5.3.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동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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