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3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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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08



빛나는 얼굴

― 유리가면 3

 미우치 스즈에 글·그림

 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0.4.30.



  놀이는 스스로 짓습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놀이는 재미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나거나 대단한 놀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기쁘게 하는 놀이가 아니라면 재미없습니다.


  일은 스스로 찾아서 합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은 힘겹습니다. 아무리 쉽다고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즐겁게 하는 일이 아니라면 고단하기 마련입니다.


  재미나게 노는 아이들은 얼굴이 환하게 빛납니다. 재미있게 일하는 어른들은 얼굴이 맑게 빛납니다. 우리는 저마다 아름답게 빛나는 숨결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스럽게 고요한 바람입니다.




- ‘바보같이. 그 애가 실수를 잘 얼버무렸다고 해서, 왜 내가 안심이 되는 거지?’ (9쪽)

- ‘평소엔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돌멩이처럼 수수하고 튀지 않는 보잘것없는 소녀인데. 어째서일까. 극이 진행되면서 점점 저 아이, 빛나고 있어!’ (26쪽)



  미우치 스즈에 님 만화책 《유리가면》(대원씨아이,2010) 셋째 권을 읽습니다. 셋째 권에 접어든 《유리가면》에서 ‘마야’라는 아이는 연극밭에 발을 더 깊게 내딛습니다. 이제부터 더욱 씩씩하게 연극길을 걷습니다. 학교에서 학과공부는 아주 어수룩하지만, 연극 무대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돋보이면서 아름답습니다. 방정식 하나를 못 외워서 쩔쩔매지만, 연극 무대에서 외는 이야기는 토씨 하나도 안 틀립니다. 연극 무대에 서는 마야는 모든 사람 눈길을 한몸에 사로잡습니다.





- ‘이게 무슨 짓이지? 꽃다발이라구? 지금까지 어떤 여자에게도 꽃 따위를 보낸 적이 없는 내가? 그것도 열 몇 살짜리 소녀에게.’ (46∼47쪽)

- ‘마야, 묘한 아이야. 학교 공부는 방정식 하나 제대로 못 외우면서, 드라마의 대사는 단번에 외우다니. 정말 희한한 녀석이야.’ (55쪽)



  누군가는 연극 무대에서 쩔쩔매겠지요. 그리고, 연극 무대에서 쩔쩔매더라도 학과공부는 눈부시게 잘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춤이나 노래에는 영 어수룩할 테지요. 그러나, 춤이나 노래는 어수룩하더라도 글을 잘 쓰거나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어요. 집살림 가꾸는 일에는 어수룩하지만, 자전거를 매우 잘 타는 사람이 있습니다. 괭이질이나 호미질은 어수룩하지만, 아이들과 잘 어울려 노는 어른이 있습니다. 회사원으로도 공장 노동자로도 일이 아주 어수룩하지만, 밥을 잘 짓는 사람이 있습니다. 총이나 활을 다룰 줄 모르지만, 풀과 나무를 사랑하면서 아끼는 사람이 있어요.


  다 다른 사람이 어우러지는 삶자리요, 다 다른 사람이 저마다 빛나는 삶터입니다. 다 다른 사람이 어울리는 지구별이요, 다 다른 사람이 저마다 제 꿈을 키우는 별나라입니다.




- ‘그래, 연극이라면 나도 그럴 수 있어. 연극이란 재미있어. 차례차례로 여러 가지 인물이 될 수 있는걸.’ (101쪽)

- ‘어째서 이 세상에 그런 아이가 있는 거지? 예쁘고 영리하고 유복한 가정. 게다가 연기의 천재. 어째서 난 그렇게 태어나질 못했지?’ (146쪽)

- ‘그래 움직임도, 아주 작은 동작의 차이로 여러 가지 성격을 표현해 낼 수 있는 거야. 성격을 만든다! 그렇다! 성격을 만들어 낸다! 어째서 몰랐을까?’ (152∼153쪽)



  마야라는 아이는 연극에서 재미를 느낍니다. 마야가 갈 길은 학과공부가 아닙니다. 연극입니다. 마야한테 심부름을 시키는 사람은 한숨을 쉬어야 합니다. 마야는 다른 일은 그야말로 어수룩하거든요. 청소도 어수룩하고 밥도 어수룩합니다. 도무지 연극이 아니고는 제대로 할 줄 아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 둘레를 살펴보면, 마야처럼 어느 한 가지를 눈부시게 잘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아직 어느 한 가지를 잘 하는’지 알 길이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대로 제 솜씨를 드러내지 못하면서 숨을 죽이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제대로 제 기쁨과 즐거움으로 나아가지 못하면서 학과공부에 얽매여 시험지옥과 입시지옥에 휘둘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얼굴로 지내야 아름다울까요? 스스로 가장 재미난 일이나 놀이를 누리는 얼굴로 지내야 아름답겠지요. 아이들은 어떤 낯빛으로 노래하거나 춤출 때에 예쁠까요? 대중노래나 연속극을 흉내내는 노래나 춤이 아닌, 스스로 사랑스러운 꿈으로 나아가는 노래와 춤을 누릴 수 있을 때에 예쁘겠지요.





- “그게 어쨌다는 거냐? 우리는 우리야! 다른 사람들이 뭘 하든 무슨 상관이야!” (106쪽)

- “아유미는 분명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있다. 완벽한 미도리를 연기하겠지. 원작 속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미도리 그 자체를. 완벽한 미도리, 그것이 천재의 한계라는 거다. 결코 그 이외의 것은 될 수 없다는 얘기지.” (161쪽)



  마야와 달리 ‘아유미’는 천재입니다. 아유미와 달리 ‘마야’는 삶을 연극으로 누리는 아이입니다. 천재인 아유미가 보여줄 수 있는 연극은 ‘빈틈없는 무대’입니다. 삶을 연극으로 누리는 마야가 보여줄 수 있는 연극은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무대’입니다. 아유미는 백 번이나 천 번을 무대에 올라도 언제나 ‘똑같이 빈틈없는’ 무대를 보여줄 테고, 아유미는 백 번 무대에 오르면 백 가지 무대를 보여주고 천 번 무대에 오르면 천 가지 무대를 보여줄 만합니다.


  어느 쪽이 더 훌륭하거나 멋지다고 할 수 없습니다. 두 아이는 저마다 다른 삶으로 태어나서 저마다 다른 길을 스스로 씩씩하게 걷습니다. 4348.5.2.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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