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라내기’ 하면서 읽는 사람은
글을 잘라내기로 읽는 사람을 보면 예전에 참 짜증스럽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렇게 잘라내기를 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어느 모로 보면, 나조차도 글을 잘라내기를 한달 수 있다.
‘잘라내기’와 ‘통’으로 읽는 몸짓은 어떻게 다를까? 잘라내기를 하면서 글 앞뒤를 뚝 끊으면 무엇을 읽을 만할까? 통으로 글을 읽는 사람은 무엇을 얻는다고 할 만할까?
잘라내기를 하는 사람은 글쓴이 뜻이나 마음이나 생각을 저버리는 셈이다. 글쓴이를 괴롭히거나 들볶거나 못살게 굴려는 뜻이나 마음이나 생각이기에 잘라내기를 한다고 할 만하다. 글을 통으로 읽는 사람은 글쓴이를 아끼거나 사랑하는 마음일 뿐 아니라, 글쓴이한테서 여러모로 배울 구석이 많다고 여길 테고, 글쓴이와 함께 새로운 배움길을 걷고 싶다는 뜻이 된다고 할 만하다.
글이나 책을 읽는 까닭은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배울 마음이 아니라면 굳이 글이나 책을 읽을 까닭이 없다. 그런데, 배울 뜻도 마음도 생각도 아니면서 ‘글이나 책’을 마주한다면, 어떤 글쓴이 한 사람을 괴롭히거나 들볶거나 못살게 굴려는 뜻이 되고 만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면서, 어떤 글쓴이 한 사람을 이웃으로 여겨서 함께 배움길을 걸으려는 뜻조차 없이, 그저 바보스레 제자리걸음이나 쳇바퀴질을 하려는 몸짓이 되리라 느낀다. 4348.4.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