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얼마나 ‘알아차리면서’ 읽을까



  글을 쓸 적에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내가 쓰는 이 글을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할 듯하구나’ 하는 생각. 둘째, 내가 쓰는 이 글을 사람들이 ‘잘 알아차리면서 기쁘게 웃겠구나’ 하는 생각. 어떻게 생각하든 언제나 이러한 생각대로 흐른다. 쉬운 말을 골라서 쓰는 글이기에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않고, 어려운 말을 섞어서 쓰는 글이기에 사람들이 못 알아듣지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알아차릴 만한’ 글과 ‘못 알아차릴 만한’ 글이 갈린다.


  그런데, 글을 쓴 사람이 ‘아무래도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더라도, 글을 읽으려는 사람이 ‘나는 모든 글을 다 알아차릴 수 있는 눈을 뜨겠어’ 하고 생각한다면, 글을 쓴 사람 뜻과는 달리 ‘잘 알아듣지 못할 만하다 싶은 글’이 없이 ‘환하게 알아차리는 글’만 흐를 수 있다. 수수께끼라면 수수께끼일 테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이다. 4348.4.28.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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