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74) 에또
수염 한 가닥을 뽑아 비비 꼬면서, “에, 또, 그리고요…….” 하고 중얼거렸고요 … “에, 그리고요…….” 하고 말을 이었습니다
《미야자와 겐지/박경희 옮김-쥐돌이 쳇》(작은책방,2003) 41, 43쪽
에, 또, 그리고요
→ 에, 그리고요
→ 음, 그리고요
→ 그리고요
…
‘에또’는 일본말입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에 들어와서 퍼진 말투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말투는 교사나 정치꾼이나 공무원이 흔히 썼고, 지식인도 곧잘 썼습니다. 요즈음에는 이 말투를 쓰는 교사가 거의 사라졌다고 할 만하지만, 한때에는 이 말투를 쓰는 교사가 꽤 많아서, ‘에또 선생’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찌꺼기 가운데 하나인 ‘애국조회’를 할 적에 교장이나 교감 자리에 서는 어른들은 으레 ‘에또’ 같은 말투로 말길을 열기도 했습니다.
ええと : 말이나 생각이 미처 나지 않아 좀 생각할 때 내는 소리. 저어. 거시기.(=えっと)
일본말사전 뜻풀이에 나오듯이, 한국말로는 ‘저’나 ‘저어’나 ‘거시기’를 쓰면 됩니다. 이밖에도 ‘음’이나 ‘으음’이나 ‘흠’이나 ‘흠흠’을 쓸 수 있습니다. ‘글쎄’를 써도 되고, ‘그러니까’나 ‘그러니까 말이지요’를 써도 돼요.
곰곰이 돌아보면, 지난날에 ‘에또’라는 일본말을 입에서 못 떼던 분들은 일제강점기 탓이라고도 할 테지만, ‘에또’라는 말마디에 얽매여서 한국말로 느낌을 밝히지 못했다고 할 만합니다. 말길을 처음 트면서 쓸 만한 말투가 무척 많은데, 이 많은 말마디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살피지 못했구나 싶습니다. 4348.4.26.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