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비는 나무 이숲 청소년 3
윌리엄 포크너 지음, 돈 볼로네즈 그림, 김욱동 옮김 / 이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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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95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 소원을 비는 나무

 윌리엄 포크너 글

 김욱동 옮김

 이숲 펴냄, 2013.1.20.



  나무를 바라보면서 말을 겁니다. 어젯밤 잘 잤는지 묻고, 오늘 아침은 기쁘게 깨어났느냐고 묻습니다. 아이와 함께 나무 곁에 서서 나뭇줄기를 쓰다듬습니다. 겨드랑이에 손을 끼고 번쩍 들어올려서, 아이도 손으로 나뭇잎을 어루만지도록 합니다.


  나뭇줄기에 손바닥을 가만히 대면, 나무가 두근두근 기뻐하는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뭇줄기에 귀를 대거나 볼을 대면, 나무가 콩닥콩닥 노래하는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람한 나무를 두 팔로 크게 감싸안으면, 나무가 활짝활짝 웃음짓는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참말 어느 나무이든 우리가 따스하게 내미는 손길을 기다립니다.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나무는 사람들이 즐겁게 웃고 노래하면서 살그마니 쓰다듬는 손길을 바랍니다.



.. “가방이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많은 물건이 들어 있는 거니?” 덜시가 물었다. “내가 모리스니까 그렇지.” 붉은 머리 소년이 대답했다. “게다가 생일에는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거든.” … 눈을 돌리는 곳마다 나무들은 한여름처럼 초록빛을 띠고 있었고, 풀밭도 초록빛이었으며, 푸르고 노란 작은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새들은 노래하면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녔다 ..  (23, 26쪽)



  나무를 베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무는 기꺼이 제 몸을 내어줍니다. 나뭇가지를 치거나 꺾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무는 기꺼이 제 팔을 내어줍니다. 책도 나무로 짓고, 종이도 나무로 빚습니다. 연필과 젓가락도 나무로 깎으며, 책걸상도 나무에서 옵니다. 집을 이루는 기둥도 나무요, 우리 둘레에 있는 숱한 살림살이는 나무에서 비롯합니다.


  눈을 들어 찬찬히 살필 수 있다면, 숲에도 나무가 있고 집집마다 나무가 있는 줄 알아차릴 만합니다. 귀를 기울여 들을 수 있다면, 숲에서뿐 아니라 집에서도 푸른 바람노래를 들을 만해요.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책을 손에 집어요. 나무를 마주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요. 나무와 어깨동무하는 마음으로 책을 기쁘게 장만해서 이웃한테 즐겁게 선물해요. 내가 장만하는 책은 언제나 나무이고, 내가 선물하는 책도 언제나 나무입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푸르게 우거진 나무가 베푸는 기운’을 나누려고 책을 쓰고 엮고 읽고 짓습니다.



.. “캔디는 그냥 없어진 거예요.” 붉은 머리 소년이 설명했다. “그걸 원한 사람은 디키였는데, 앨리스 아줌마가 가져가니까, 저절로 사라진 거라고요. 아줌마는 캔디를 원하지 않았으니까요.” … “조지, 그 케이크랑 딸기를 모두 먹으면 배가 몹시 아프게 될걸.” 덜시가 말했다. “상관없어.” 조지가 중얼거렸다.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  (41, 44쪽)



  윌리엄 포크너 님이 쓴 어린이문학인 《소원을 비는 나무》(이숲,2013)를 읽습니다. 150쪽을 살짝 넘는 양장본 동화책인데, ‘소원을 비는 나무’라는 작품이 이만 한 길이는 아닙니다. 이 책은 옮긴이가 붙인 말이 퍽 깁니다. 3/5는 윌리엄 포크너 님이 쓴 문학이요, 2/5는 옮긴이가 붙인 풀이말입니다. ‘옮긴이 말’을 좀 지나치게 길게 붙이지 않았나 하고 느끼는데, ‘소원을 비는 나무’라는 작품이 어떻게 태어났는가를 밝히고, 이 작품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흐름과 줄거리마다 어떤 숨은 뜻이 있는가를 알려줍니다.



.. “지금껏 전쟁에서 조금이라도 이겼다는 군인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어유. 하지만 흰둥이들은 늘 우습게 전쟁을 해유.” ..  (54쪽)



  ‘소원을 비는 나무’란 “꿈을 비는 나무”입니다. 저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면 ‘꿈나무(소원나무)’한테 찾아가서 잎사귀를 하나 똑 따서 가만히 마음속으로 빌고 입으로 읊는다고 해요. 그러면, 내 마음속으로 지은 꿈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이룬다지요.


  참말 꿈 같은 이야기라 할 텐데, 네, 맞지요.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꿈을 비는 나무’이고 ‘꿈나무’일 테지요.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꿈을 꾼다고 할 적에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이루는 일은 없다고 여길 만하니까, ‘꿈나무’는 그예 꿈에서만 볼 수 있다고 느낄 만합니다.


  그러면, 어떤 꿈을 빌기에 그 자리에서 이룰까요? 어떤 꿈을 빌기에 오래도록 못 이룰까요? 우리가 언제나 바로 이 자리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떤 꿈을 이루려고 저마다 일을 하거나 돈을 벌까요?



.. 소녀는 잠이라는 둥근 어항에 들어 있는 금붕어와 같다고 할까. 잠이라는 따뜻한 물속에서 점점 꼭대기를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러고 나면 이제 잠에서 깨어날 참이었다 … 프란체스코 성인은 힘없는 것들을 친절하게 대해 주면 ‘소원을 비는 나무’가 없어도 바라는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  (83, 84∼85쪽)



  꿈을 이루려 할 적에는 꿈을 이루려 해야 합니다. 꿈을 생각하는 자리에서 ‘이 꿈이 이루어지려면 돈이 얼마가 들고,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며, 또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하는 대목을 살필 까닭이 없습니다. 이런 자질구레한 생각은 ‘꿈’이 아니라 ‘보고서’입니다. 마음속으로 ‘보고서’를 쓰면, 꿈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참말 꿈은 꿈답게 꾸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아이들 꿈이라 한다면, 아이들은 “장난감 갖고 싶어!” 하고 외칠 뿐, “100만 원짜리 장난감 갖고 싶어!”라든지 “그 장난감은 10만 원짜리이니까, 아버지가 며칠 동안 일해서 돈을 벌어야 가질 수 있겠지?” 하고 외치지 않습니다.


  사랑을 이루고 싶다면 “사랑을 이루고 싶어!” 하고 외치면 됩니다. “돈 많고 잘생긴 사람하고 짝을 짓는 사랑이 될래!” 하고 자질구레하게 붙일 까닭은 없습니다. 이렇게 자질구레하게 붙이는 ‘보고서’를 쓰려고 하니까, 우리는 자꾸 꿈을 못 이루지 싶어요. 그러니까, 꿈을 꾸려 하더라도 꿈을 어떻게 꾸어야 하는가를 모르는구나 싶어요. 꿈을 꾸는 삶을 어떻게 가꾸어야 즐거운가 하는 대목을 미처 못 배웠구나 싶어요. 꿈으로 나아가는 즐거운 하루가 되는 길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구나 싶습니다.


  《소원을 비는 나무》를 덮습니다. 우리 집 나무 곁에 섭니다. 나무한테 말을 겁니다. 너 참 곱구나, 너 참 튼튼하구나, 앞으로도 우리 집에서 씩씩하게 자라서 멋진 그늘을 드리우고,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아이를 낳고 또 새로운 아이가 태어날 먼 뒷날에도 이곳에서 아름드리로 우거지는 숲이 되어 주렴, 하고 말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내 꿈은 ‘숲’입니다. 내 마음이 숲과 같이 푸르게 우거지려는 꿈입니다. 내가 읊는 말이 숲처럼 푸르게 빛나기를 바라는 꿈입니다. 우리 집이 ‘숲집’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꿈입니다. 가슴속에 꿈씨를 한 톨 심으면서 조용히 눈을 감아 봅니다. 4348.4.2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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