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51 ‘거듭나다’와 ‘바뀌다·달라지다’
사람이 달라집니다. 어제와는 아주 다른 모습입니다. 어떻게 이 사람은 어제와 사뭇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몸을 바꾸었을까요? 네, 몸을 바꾸었을 테지요. 몸은 어떻게 바꾸었을까요? 마음을 바꾸었으니, 몸은 마음에 따라 바뀌었을 테지요.
마음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그동안 흘러온 결을 고스란히 내려놓고 새로운 길로 가려 할 때에, 내 마음을 내가 스스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동안 흘러온 결을 하나도 안 내려놓으려 한다면, 나는 하나도 안 바뀝니다. 하나를 내려놓으면 하나가 바뀔 테고, 모두 내려놓으면 모두 바뀝니다.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달라지기는 하되 새롭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달라지기는 하는데 왜 새롭지 못할까요? 이 모습에서 저 모습으로 옮기느라 ‘다른 모습’은 되지만, 정작 마음이 새롭게 깨어나도록 북돋우지 않으니, 겉모습은 ‘다르게’ 드러나지만, 속알맹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이때에는 ‘달라지는 쳇바퀴’에 갇힌 모습입니다.
달라지거나 바뀌기에 한결 낫거나 더 낫지 않습니다. 사람은 얼마든지 달라지거나 바뀔 수 있습니다. 아름답게 달라질 수 있고, 엉터리로 바뀔 수 있습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우리 모습은 늘 달라지거나 바뀝니다. 다시 말하자면, 달라지거나 바뀌는 모습은 우리 삶자리에서 첫째 조각(1차 단계, 1차원) 언저리입니다. 좋고 나쁨을 따지는 얼거리예요. 크게 달라지거나 많이 달라져서 둘째 조각이나 셋째 조각까지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달라지거나 바뀌는 모습은, 언제나 이 자리에서만 맴돕니다. 더 나아가거나 뻗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달라지거나 바뀔 적에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자리만 옮길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갔다가, 다시 저곳에서 이곳으로 오는 ‘바뀜·달라짐’에서 한 걸음 나아가려면, 눈을 뜨고 깨어나야 합니다. 거듭나야지요. 새로 태어나야지요.
거듭나거나 새로 태어나는 모습도 ‘바뀜·달라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듭남·새로 태어남’은 바뀌거나 달라진다는 말로는 모두 나타낼 수 없어요.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는 삶은 ‘새로움’입니다. 허물을 내려놓고 나비로 깨어난 삶은 ‘오직 새로움’입니다. 허물을 몽땅 이곳에 두고 나비로 다시 태어나는 삶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새로움’입니다.
‘새롭게’ 나아가지 않는다면, 아무리 바뀌거나 달라지더라도 쳇바퀴일 뿐입니다. 그래서, 바뀌거나 달라지는 모습에 갇혀요. 바뀌기는 늘 바뀌는데 ‘새로운’ 숨결이 없다면, 바뀌거나 말거나 늘 같습니다.
우리는 굳이 안 바뀌어도 되고, 굳이 너와 내가 ‘달라 보이’지 않아도 됩니다. 바꾸려는 생각이 아니라, 거듭나려는 생각일 때에 새롭습니다. ‘너와 내가 다른 모습’이라는 겉차림에 매달리지 말고, 새로 태어나려는 생각일 때에 기쁨이 흘러넘쳐 사랑이 됩니다.
사랑을 속삭이는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이 만나서 이루는 삶’이 아닙니다. 사랑을 속삭이는 두 사람은 ‘이제부터 새로 태어나서 이루는 삶’입니다. ‘다른 사람이 만나서 이루는 삶’이기에 싸움이 그치지 않고, 좋고 싫다는 뭇느낌에 얽매입니다. 이래야 좋고 저러면 나쁘다고 하는 뭇느낌에 얽매인 삶이라면, 이때에는 ‘사랑’이 아닙니다.
거듭나서 새로 태어날 수 있는 삶일 때에 비로소 사랑입니다. 거듭나서 새로 태어나는 넋일 때에 비로소 사람입니다. 사랑을 사랑으로 나누고, 사람이 사람으로서 홀가분하게 서려면, 날마다 늘 새로 태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어제와 다르다’에 머물지 말고, ‘나는 어제에서 오늘로 새로 태어난다’가 되어야 합니다. ‘나는 오늘에서 모레로 새로 태어난다’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쳇바퀴를 도는 사람은 ‘날짜만 다른 나날’을 똑같이 보냅니다. 굴레에 갇힌 사람은 ‘자리만 바꾼 나날’을 똑같이 보냅니다. 내 바보스러운 버릇이나 몸짓을 고치거나 손질하거나 바꾸거나 달라지도록 하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꾸거나 달라지도록 하더라도 늘 그 자리에 머물고 말아요. 우리는 누구나 새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새로 깨어나서 아름답게 눈을 뜰 수 있습니다. 4348.3.6.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