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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 ㅣ 괜찮아, 괜찮아 6
헬레나 그랄리즈 글, 수지 브리젤 그림 / 두레아이들 / 2015년 4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6
두려움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 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
헬레나 그랄리즈 글
수지 브리젤 그림
한결 옮김
두레아이들 펴냄, 2015.4.20.
아이를 다그치는 일은 참으로 나쁩니다. 그러나, 나쁜 줄 알면서 다그치는 어른이 많습니다. 아이가 어떤 일을 잘못했다 싶으면 먼저 꾸짖거나 나무라고 맙니다.
아이는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아이는 잘못인 줄 알까요? 아이는 아직 모릅니다. 모르니 어떤 일을 ‘잘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잘 못했다’고 해서 아이를 나무라거나 꾸짖으면 아이는 주눅이 듭니다. 주눅이 드는 아이는 ‘잘 못한’ 일을 차츰 말하지 못합니다. ‘잘 못한’ 일을 한 번 두 번 말하지 못하며 지내다 보면, 어느새 ‘잘못 한’ 일까지 말을 못합니다. 이러면서 한 번 두 번 거짓말이 나오거나 ‘숨기는 말’이 나오고, 아이는 차츰차츰 ‘참말’하고 멀어집니다.
.. 그때 톰은 주머니에 기타 교습비가 있다는 게 생각났어요. 누군가 자기보다 먼저 이 장난감 자동차를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 톰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했어요 .. (6쪽)
잘 못했으면 잘 못했을 뿐입니다. 잘못했으면? 잘못했을 뿐입니다. 잘 하면 잘 할 뿐입니다. 잘 하건 잘 못하건 모두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이웃과 동무가 어떤 일을 잘 못할 적에도, 그저 ‘잘 못할’ 뿐이에요.
다리가 느려서 달리기를 ‘잘 못하는’ 어른이 많습니다. 자전거를 ‘잘 못 타는’ 어른도 많습니다. 돈을 잘 못 번다든지, 어떤 일을 솜씨있게 잘 못하는 어른도 있겠지요. 아무렴, 다 좋습니다. 다 우리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어떤 일을 ‘잘못 했으’면, 이를 잘 바로잡거나 잘 추스르면 됩니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 곁에는 ‘잘못을 다독여 줄’ 이웃과 동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이웃과 동무로 지내는 까닭을 헤아려 보셔요. 우리는 이웃과 동무를 다그칠 마음이 아닙니다. 내가 잘못을 저지르건 이웃이 잘못을 저지르건 똑같아요. 그래, 한 번 두 번 열 번 백 번 잘못을 저지를 수 있어요. 너그러이 봐주어야 합니다.
.. 톰은 일단 아무 버스나 올라탔어요. 그러고는 자신의 거짓말을 어떻게 고백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져 있었어요. “톰!” 톰의 등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불렀어요. “네가 기타를 치는지 전혀 몰랐어.” 이웃에 사는 니카였어요 .. (14쪽)
헬레나 그랄리즈 님이 글을 쓰고, 수지 브리젤 님이 그림을 그린 《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두레아이들,2015)를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거짓말은 자꾸 커진다고 합니다. 참말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커지기만 합니다. 그러면, 참말도 커질까요? 참말도 하고 또 하면 자꾸 커질까요?
네, 그렇지요. 참말도 커집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은 커집니다. 참말이든 거짓말이든 커집니다. 수수한 말이든 대단한 말이든 커집니다. 말은 사람들 입을 거쳐서 이리 흐르고 저리 흐르면서 커집니다.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말 한 마디에 빚을 다 갚는다고 하는 한편, 말 한 마디로 큰빚을 진다고 해요.
.. 톰은 가슴속에 있는 돌덩이를 없앨 수가 없었어요. 그것은 날마다 점점 더 커져만 갔어요 .. (18쪽)
네가 나한테 들려주는 따사로운 말은 언제나 나한테 힘이 됩니다. 따사로운 말을 듣고 다시 듣고 새로 들으면서 내 마음은 아름답게 자랍니다. 내가 너한테 들려주는 넉넉한 말은 늘 너한테 힘이 되어요. 넉넉한 말을 듣고 또 듣고 거듭 들으면서 네 마음은 넉넉하게 자랍니다.
우리가 서로 주고받을 말은 ‘사랑’이 깃든 말입니다. 우리가 함께 나눌 말은 ‘사랑’이 가득한 말입니다. 왜 그러할까요? 사랑이 깃든 말을 주고받아야 서로서로 사랑스럽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말을 나누어야 다 함께 사랑으로 기뻐요.
밉거나 거친 말을 해 보셔요. 밉거나 거친 말을 듣는 사람뿐 아니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한테도 미움과 거친 숨결이 자랍니다. 곱거나 포근한 말을 해 보셔요. 곱거나 포근한 말을 듣는 사람뿐 아니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한테도 곱거나 포근한 숨결이 자라요.
..“좋아, 앞으로 매주 화요일에 삼촌이 기타를 가르쳐 줄게. 그리고 네 아빠의 쉰 번째 생일에 우리 다시 생일 축가를 연주하는 거야. 어때?” 그제야 톰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어요. “고마워요, 삼촌.” .. (24쪽)
어린이책 《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를 보면, 주인공 아이는 끝내 ‘참말’을 털어놓습니다. 거짓말 때문에 오래도록 스스로 짓누르던 시커먼 돌덩이를 치웁니다. 그런데, 이때에, 주인공 아이를 둘러싼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무 말을 못 해요. 그저 멍하니 아이를 바라봅니다. 너무 놀랐기 때문일까요? 오랫동안 거짓말 때문에 스스로 괴로웠던 아이가 비로소 돌덩이를 스스로 치웠는데, 왜 아무 말을 못 할까요?
가만히 보면, 어버이라고 해서 모두 슬기롭지는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지만, 아이 마음을 제대로 못 읽는 어버이도 있어요. 바로 이때, 작은아버지(삼촌)가 슬기롭게 나섭니다. 작은아버지가 아이한테 ‘거짓말을 내려놓고 참말로 일어선’ 모습을 기쁘게 맞이해 줍니다.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를 북돋웁니다. 이제 거짓말을 내려놓았으니, 앞으로 참말로 아름답게 피어나자고 어깨를 토닥입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참말을 털어놓을 적에 어버이나 어른이 ‘참말을 안 받아들이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거나 두려워 하니까 자꾸 거짓말을 합니다.
아이가 그동안 거짓말을 했어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참말을 하면 다 됩니다. 이제부터 참말을 하면 반가우면서 사랑스럽습니다. 지난날은 아이한테 아름다운 발자국, 그러니까 ‘고마운 경험’으로 여기면 돼요. 아이는 앞으로 걸어갈 길이 멉니다. 아이는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이제부터 씩씩하게 일어서서 새롭게 삶을 가꾸면 돼요.
아이가 참말을 늘 할 수 있도록 어버이와 어른이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아이가 걱정없이 참말로 노래할 수 있도록 어버이와 어른은 마음을 활짝 열고 웃어야 합니다. 언제나 따스한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4348.4.15.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