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머리를 묶다가



  여덟 살 큰아이 긴머리를 묶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이제 나는 큰아이 긴머리를 잘 묶는구나. 몇 해 앞서만 해도 큰아이 긴머리를 묶으면서 애먹었구나 싶은데, 어느덧 그때 일이 안 떠오릅니다. 내가 예전에 큰아이 긴머리를 참말 ‘잘 못 묶었’는지 도무지 안 떠오릅니다. 이제 나는 오늘 이곳에서 큰아이 긴머리를 참말 ‘솜씨 있게 잘 묶는’ 모습만 바라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큰아이 머리카락을 땋을 수 있구나 싶어요. 머리땋기를 익혀서 큰아이 머리카락을 땋아 주어야지요. 다만, 아직 큰아이는 머리땋기를 썩 반기지 않으니 더 나중에 익힐 텐데, 머리카락을 외가닥이나 두가닥으로 묶으면서 내 손놀림에 나 스스로 놀라면서 기쁜 아침을 엽니다. 4348.4.1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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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4-14 13:48   좋아요 0 | URL
무슨 얘기인지 와닿아요. 저는 아쉽게도 아직 아홉 살 큰아이 머리를 능수능란하게 땋지 못합니다. 때로 자괴감이 올 정도로요. 그래서 그 기쁨의 크기를 짐작해 봅니다.^^

숲노래 2015-04-14 14:17   좋아요 0 | URL
땋기와 묶기는 많이 다른 듯하면서도
바탕을 알면 어렵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틀림없이 곧 멋지고 훌륭하게 하시리라 생각해요~

비로그인 2015-04-16 23:55   좋아요 0 | URL
행복한 삶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행복하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데
정말 너무도 평안해보입니다.

멋진 아버지시네요.

숲노래 2015-04-17 04:44   좋아요 0 | URL
아리 님도 언제나 평온하면서 즐거움이 가득한 하루를 누리시리라 생각해요.
아마 우리 스스로 이를 안 느끼거나 제대로 안 느끼는 채
하루를 흘려 보낸다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오늘 내 삶을 가만히 돌아보면
누구나 기쁨은 바로 내가 스스로 길어올리는구나 하고 느끼리라 생각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