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머리를 묶다가
여덟 살 큰아이 긴머리를 묶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이제 나는 큰아이 긴머리를 잘 묶는구나. 몇 해 앞서만 해도 큰아이 긴머리를 묶으면서 애먹었구나 싶은데, 어느덧 그때 일이 안 떠오릅니다. 내가 예전에 큰아이 긴머리를 참말 ‘잘 못 묶었’는지 도무지 안 떠오릅니다. 이제 나는 오늘 이곳에서 큰아이 긴머리를 참말 ‘솜씨 있게 잘 묶는’ 모습만 바라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큰아이 머리카락을 땋을 수 있구나 싶어요. 머리땋기를 익혀서 큰아이 머리카락을 땋아 주어야지요. 다만, 아직 큰아이는 머리땋기를 썩 반기지 않으니 더 나중에 익힐 텐데, 머리카락을 외가닥이나 두가닥으로 묶으면서 내 손놀림에 나 스스로 놀라면서 기쁜 아침을 엽니다. 4348.4.1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