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74) 충성

보도 할머니는 입이 틀어막힌 채 의자에 꽁꽁 묶이고 말았어. 그때에 충성스러운 크릭터가 잠에서 깨어나 사납게 도둑에게 달려들었어
《토미 웅거러/장미란 옮김-크릭터》(시공주니어,1996) 28쪽

 충성스러운 크릭터가
→ 믿음직한 크릭터가
→ 씩씩한 크릭터가
→ 다부진 크릭터가
 …


  군대에서 으레 ‘충성’ 같은 한자말을 씁니다. 군대에서는 한손을 눈썹과 이마 사이에 척 붙이면서 인사할 적에도 ‘충성’이라는 말을 외치도록 시킵니다. 한자말 ‘충성(忠誠)’은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을 뜻한다고 합니다. ‘진정(眞情)’은 “참되고 애틋한 정이나 마음”을 가리키고, ‘정성(精誠)’은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을 가리킵니다. ‘성실(誠實)’은 “정성스럽고 참됨”을 가리킨다고 해요. 그러니까, ‘정성 = 참됨 + 성실’이요, ‘성실 = 정성 + 참됨’인 셈입니다. 한국말사전 뜻풀이가 오락가락 겹말입니다. 아무튼, 한국말사전 뜻풀이를 살피면, ‘진정·정성·성실’은 모두 “참된 마음”이나 “참됨·참다움”을 가리키는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충성을 다하다 → 온힘을 다하다
 충성을 맹세하다 → 마음을 바치겠노라 다짐하다
 충성된 하인 → 믿음직한 일꾼
 나라에 충성하다 → 나라에 몸바치다
 나라에 대한 충성 → 나라에 몸바치기

  한국말사전에서 ‘충성’이라는 한자말을 더 살펴보면, “임금이나 국가에 대한 것을 이른다”고 나옵니다. 그러니까, ‘충성’이라는 한자말은 군인이나 신하한테 쓰는 낱말인 셈이고, 몸이나 마음을 바쳐서 따르라고 하면서 쓰는 낱말입니다.

  ‘충성’이라는 한자말은 말뜻처럼 ‘참됨·참다움’과는 동떨어진 자리에 씁니다. “온힘을 다하다”라든지 “마음을 바치다”라든지 “몸을 바치다”라 할 만한 자리에 씁니다. 때로는 “믿음직한 아무개”를 가리키는 자리에서 써요. 이러한 얼거리를 슬기롭게 헤아려서 한국말을 알맞게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8.4.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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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할머니는 입이 틀어막힌 채 걸상에 꽁꽁 묶이고 말았어. 그때에 믿음직한 크릭터가 잠에서 깨어나 사납게 도둑한테 달려들었어

‘의자(椅子)’는 ‘걸상’으로 다듬습니다.


충성(忠誠) :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정성. 특히, 임금이나 국가에 대한 것을 이른다
   - 충성을 다하다 / 충성을 맹세하다 / 충성된 하인 / 나라에 충성하다 /
     신하들은 부모에 대한 효도보다 나라에 대한 충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80) 대답

에밀리가 물었어요. “너 뭐하는 거니? 그거 주떼니?” 타냐가 대답했어요. “아니, 이건 타조야.”
《페트리샤 리 고흐/김경미 옮김-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현암사,2003) 14∼15쪽

 타냐가 대답했어요
→ 타냐가 대꾸했어요
→ 타냐가 얘기했어요
→ 타냐가 말했어요
 …


  한국말에 ‘대꾸’와 ‘말대꾸’가 있습니다. ‘대꾸·말대꾸’는 같은 뜻이며, 두 낱말은 “제 뜻을 나타내는 일이나 말”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누군가 무엇을 물을 적에 제 뜻을 나타낸다고 하면 ‘대꾸한다’고 하지요.

  이 보기글에서도 ‘대꾸했어요’로 손보면 되고, ‘얘기했어요’나 ‘말했어요’로 손볼 수 있습니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 불러도 대꾸가 없다
 대답을 잘하는 아이 → 대꾸를 잘하는 아이
 아무 대답이 없다 → 아무 말이 없다

  ‘대꾸·말대꾸’는 한국말이고, ‘대답(對答)’은 한자말입니다. 두 낱말은 뜻이나 쓰임새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쓰느냐 하는 갈래가 다를 뿐입니다. 다만, 요즈음은 ‘대꾸’나 ‘말대꾸’라는 낱말은 쓰임새를 잃고, ‘대답’이라는 한자말만 널리 퍼집니다. ‘대꾸·말대꾸’는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이 하는 말을 버릇없이 받아친다고 여기는 자리에서만 쓰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말하다’와 ‘이야기하다(얘기하다)’라는 한국말을 쓰면 되는데, 막상 ‘말하다·이야기하다’를 알맞게 쓰는 사람도 늘어나지 못합니다.

 묻는 말에 대답도 잘 못하는
→ 묻는 말에 대꾸도 잘 못하는
 그의 침묵을 긍정의 대답으로 여겼다
→ 그가 말이 없어 받아들인다고 여겼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었는지
→ 묻는 말에 궁금함을 풀었는지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없음을
→ 이 일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없음을

  한국말사전을 보면 “그의 침묵을 긍정의 대답으로 여겼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한국말을 옳게 쓰지 못하다 보니 이런 말투까지 쓰고 맙니다. “그의 침묵”이나 “긍정의 대답”은 어떤 말일까요? 이러한 말은 무엇을 뜻할까요?

  “긍정의 대답”처럼 “부정의 대답”이라 쓸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말마디는 “받아들이다”와 “안 받아들이다”로 고쳐쓸 수 있고, “고개를 끄덕이다”와 “고개를 젓다”로 고쳐쓸 만해요.

  “문제에 대한 대답”에서 ‘-에 對한’은 번역 말투입니다. 이러한 말투는 한국말이 어떻게 얽히는가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기 때문에 퍼집니다. 자, 문제는 어떻게 할까요? 풀겠지요. 문제는 풉니다. 그러니, “문제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대답”으로 바로잡아야 하고, 문제를 푼다고 할 적에는 수수께끼를 풀듯이 ‘실마리’를 찾아서 풉니다. 곧, “문제에 대한 대답”을 한국말로 옳게 고쳐쓰자면 “문제를 푸는 실마리”이고, “문제를 푸는 실타래”라 해도 됩니다. 4348.4.14.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에밀리가 물었어요. “너 뭐하니? 그거 주떼니?” 타냐가 말했어요. “아니, 이건 타조야.”

“뭐하는 거니”는 “뭐하니”로 다듬습니다.


대답(對答)
1. 부르는 말에 응하여 어떤 말을 함
  - 불러도 대답이 없다 / 부르면 대답을 잘하는 아이가 귀엽다 /
    집에 누가 있느냐고 불러도 아무 대답이 없다
2. 상대가 묻거나 요구하는 것에 대하여 해답이나 제 뜻을 말함
  - 묻는 말에 대답도 잘 못하는 어수룩한 사람 /
    나는 그의 침묵을 긍정의 대답으로 여겼다 /
    이 정도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3. 어떤 문제나 현상을 해명하거나 해결하는 방안
  - 어떠한 제안도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없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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