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장난감’과 ‘곁님 생일’과


  우리 집에서는 ‘태어난 날’에 맞추는 생일잔치를 딱히 안 한다. 모든 하루가 우리한테 새로운 하루이니, 굳이 어느 하루만 ‘생일’일 수 없다. 날마다 새롭게 깨어나거나 태어나니까 날마다 생일이다. 다만, ‘몸이 태어난 날’을 맞이해서 곁님더러 뭐 바라는 한 가지가 있느냐고 물어 본다. 떡볶이를 말하기에 그러면 ‘매운떡볶이’를 읍내에 가서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나는 집에서 매운떡볶이는 안 한다.

  읍내에 가는 김에 아이들이 놀 ‘작은 축구공’이 문방구에 있으려나 하고 살피기로 한다. 문방구 두 군데를 들르니, 작은 축구공은 없다. 핸드볼 공은 있는데 ‘전문 운동 공’이기에 값이 꽤 세다. 공 하나 값이 이렇게 세구나. 몰랐네.

  읍내 문방구에 들어온 작은아이가 갑자기 “나, 버스 살래!” 하고 외친다. 버스? 아, 저 버스. 너 ‘뽀로로 버스’를 말하는구나. “보라야, 오늘 우리, 버스 사러 나오지 않았어. 오늘은 다른 일 하러 나왔어. 버스를 갖고 싶으면 집으로 돌아가서 먼저 버스를 그림으로 그리고, 네 마음속으로 버스를 사랑스레 생각해. 이렇게 떼쓰고 울면 버스가 안 와. 웃고 노래하면서 버스를 그림으로 그리고 생각해야지 너한테 버스가 와.”

  ‘뽀로로 버스’는 4만 원이 조금 넘는다. 4만 원이라는 값은 싼가 비싼가? 싸다면 싸지만 비싸다면 비싸다. 값은 대수롭지 않다.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사는 일도 대단하지 않다. 그러나, 닥치는 대로 바라보면서 아무것이나 장만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그림으로 그리면서 꿈꾸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장만할 마음이 없다.

  아무튼, 돈을 모아야지. 두 아이가 발이 많이 자라서 신도 새로 장만해야 하니까, 신 값이랑 장난감 버스 값을 장만해야겠네. 4348.4.1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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