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24. 숨쉬기



  내가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무엇을 슬기롭게 가르치거나 물려줄 만한지 돌아본다. 아이들이 어버이한테서 ‘직업’이나 ‘일’을 배우거나 물려받으면 아름다울까? 아이들이 어버이한테서 ‘책’이나 ‘돈’을 배우거나 물려받으면 사랑스러울까? 푸른 보금자리를 물려받아서 곱게 가꿀 수 있으면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우리라. 그러면, 어떤 몸과 마음이 되어서 ‘푸른 보금자리’를 물려받아야 할까? 아무래도 가장 밑바탕이라면 ‘숨쉬기’이지 싶다. 숨을 쉬고 내뱉는 몸짓이야말로 우리 삶을 이루는 가장 큰 바탕이면서 첫걸음이다. 숨을 쉬지 못 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숨부터 제대로 쉴 수 있어야 한다. 어버이가 아이들한테 말을 가르치면서 물려주어서 ‘말로 생각을 짓도록 이끌’듯이, 내가 어버이라면 우리 아이들이 ‘숨을 힘차면서 새롭고 아름답게’ 쉬면서 늘 스스로 ‘사랑이 되도’록 함께 이 길을 걸어야지 싶다. 나는 마흔 살이 훌쩍 넘고 나서야 비로소 ‘숨쉬기’를 제대로 배웠다. 올해 1월에 제대로 배운 숨쉬기를 지난 석 달 동안 날마다 부지런히 익히고 가다듬은 끝에 오늘 바야흐로 두 아이한테 ‘숨을 어떻게 쉬고 내뱉으면서 몸을 새롭게 끌어올리는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차근차근 익히고 몸에 붙이겠지. 숨을 신나게 쉬고, 바람을 기쁘게 읽으며, 삶을 곱게 다스릴 수 있으면, 이 아이들은 어떤 일이나 놀이이든 스스로 슬기롭게 찾아서 누리리라 본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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