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겨를’이 없다는 책읽기
책을 읽는 사람은 늘 읽습니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은 늘 안 읽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사람은 늘 사랑을 나눕니다. 사랑을 안 나누는 사람은 늘 사랑을 안 나눕니다.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사람은 늘 어깨동무하면서 웃어요. 이웃과 어깨동무를 안 하는 사람은 늘 낯을 찌푸리면서 거친 말을 일삼지요.
‘책을 읽을 겨를’은 스스로 냅니다. 쉴 틈과 놀러다닐 틈도 스스로 내요. 바빠서 책을 못 읽지 않습니다. 바쁜 일을 줄여야 틈이 나고, 바쁜 틈을 쪼개어야 즐겁게 삶을 누립니다. 이리하여, ‘책을 사서 읽을 돈’도 스스로 마련합니다. 돈이 없어서 책을 못 읽을 일이 없어요. 스스로 ‘책값’을 마련합니다.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 책값을 마련하고, 책을 읽을 겨를을 마련하며, 책을 둘 자리를 마련합니다. 책값을 못 마련하거나, 책을 읽을 겨를을 못 마련하거나, 책을 둘 자리를 못 마련하는 사람은, 아직 ‘책을 읽을 마음’이 아니라고 할 만합니다.
사랑을 하려는 사람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사랑을 합니다. 아니, 사랑을 하려는 사람은 온 숨결을 바쳐서 사랑을 합니다. 아이한테 밥을 지어서 베푸는 어버이도 온 숨결을 기울여서 밥을 지어요. 온 숨결입니다. 빈틈이나 아쉬움이 없이 온 숨결입니다.
모든 일은 사랑입니다. 사랑을 바탕으로 모든 일을 합니다. 책 한 권을 읽을 적에도 내 모든 사랑을 쏟습니다. 한 시간이든 십 분이든 나한테는 목숨과 똑같은 겨를입니다. 만 원이든 천 원이든 나한테는 목숨과 그야말로 똑같은 돈입니다. 그러니까, ‘책을 읽을 겨를’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책에 사랑을 쏟을 마음이 없다는 뜻입니다. ‘책을 읽을 겨를’을 하루에 1분이라도 낼 수 있는 사람은, 책에 사랑을 쏟으면서 삶을 짓는다는 뜻입니다. 4348.4.10.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과 삶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