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602) 쇠북


칼자루와 녹슨 못과 철조망을 녹여서 / 큰소리 울려 퍼지는 / 쇠북 하나 만들려 하네

《서홍관-어여쁜 꽃씨 하나》(창작과비평서,1989) 107쪽



  한국말사전에서 ‘쇠북’을 찾아보면 “‘종(鐘)’의 옛말”로 풀이합니다. 오늘날 쓸 낱말이 아니라고 다룹니다. 한국말사전에서 ‘오얏’을 찾아보아도 “‘자두(紫桃)’의 옛말”로 풀이합니다. 곰곰이 생각할 일입니다. ‘쇠북’이나 ‘오얏’은 옛말로 다루어야 할까요? 이 낱말이 옛말이라면 얼마나 예스러운 말일까요? 언제부터 이 낱말을 안 썼다고 할 만할까요?


  한국말사전에서 ‘종(鐘)’을 찾아보면 “어떤 시간 또는 시각을 알리거나 신호를 하기 위하여 치거나 흔들어 소리를 내는 금속 기구”로 풀이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둘레에 알리도록 소리를 낼 적에 쓰는 연장이 ‘쇠북’이거나 ‘종’인 셈입니다.


 쇠북 . 가죽북 . 종이북

 큰북 . 작은북 . 모둠북 . 둥글북


  북은 여러 가지로 만듭니다. 쇠로 만들 수 있고, 가죽이나 종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북은 크게 만들 수 있고 작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북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고, 둥글거나 세모낳거나 네모낳게 만들 수 있어요. 어떻게 만들려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북이 태어나고, 어떻게 쓰려 하느냐에 따라 새삼스러운 북이 나옵니다.


  여러모로 살피면, 요즈음은 ‘북’을 친다고 하는 사람은 드물고, ‘드럼(drum)’을 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북잡이’나 ‘북재비’는 찾아보기 어렵고, ‘드러머’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배당에서는 흔히 ‘종지기’를 말하는데, ‘쇠북지기’나 ‘쇠북꾼’이나 ‘쇠북잡이’나 ‘쇠북재비’는 나올 수 없을까 궁금합니다. ‘쇠북소리’나 ‘쇠북노래’ 같은 낱말은 태어날 수 없을는지 궁금합니다. 4348.4.10.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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