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작품’을 찾아서 읽는다



  아이들과 누릴 책은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재미난 작품이라서 아이들한테 읽히지 않습니다. 놀라운 작품이기에 아이들한테 읽힐 만하지 않습니다. 학교나 집이나 동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기에 아이들한테 걸맞지 않습니다. 생각날개를 펴는 이야기라든지, 모험을 다루는 이야기라든지, 공상과학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해서 아이들한테 즐겁게 보여줄 만하지 않습니다.


  어른문학이든 어린이문학이든 언제나 ‘아름다운 작품’을 찾아서 읽기 마련입니다. 아름답지 않다면 구태여 읽을 까닭이 없습니다. 어떤 이야깃감(소재)을 다루든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더 놀랍거나 재미나거나 새롭다 할 이야깃감은 없습니다. 어떤 이야깃감을 다루든, 이야기로 다루려 하는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마주하면서 어루만질 수 있는 마음이 될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작품’이 태어납니다.


  이야깃감에 매달릴 적에는 이야깃감을 더 재미나게 보이거나 놀랍게 보이려고 겉치레를 하기 마련입니다. 이야깃감에 따라 글을 쓰거나 책을 엮으면 얼핏 보아서는 눈길이 끌릴 만한 재미가 있다고 여길 수 있지만, 막상 책을 손에 쥐어 읽으면 가슴에 남을 만한 이야기는 없기 일쑤입니다.


  ‘아름다운 작품’에는 세 가지 숨결이 흐릅니다. 첫째, 홀가분하게 날아오르는 생각입니다. 둘째, 정갈하면서 맑게 그리는 손길입니다. 셋째, 기쁘게 웃음을 터뜨리거나 눈물을 짓도록 이끄는 착한 마음입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아름다운 작품’이 되지 못합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문학이나 책이나 작품이라면, 언제나 이 세 가지가 아기자기하면서 사랑스레 어우러집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작품’이라면 어른문학도 어린이가 함께 읽을 만하고, 어린이문학도 어른이 함께 읽을 만합니다. ‘아름다운 작품’이 못 될 때에는 어린이한테도 어른한테도 삶을 비추는 해님 같은 숨결이 못 됩니다.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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