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72) ‘-의’를 쓸 자리 (‘之’와 ‘의’)


형설지공(螢雪之功) : 반딧불·눈과 함께 하는 노력

부자지간(父子之間) : 아버지와 아들 사이

호연지기(浩然之氣) :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넓고 큰 원기

무용지물(無用之物) : 쓸모없는 물건이나 사람

어부지리(漁夫之利) : 두 사람이 이해관계로 서로 싸우는 사이에 엉뚱한 사람이 애쓰지 않고 가로챈 이익



  지난날에 이 나라에서 한문을 쓰던 지식인은 중국사람이 쓰는 말투를 좇아서 ‘之’를 으레 썼습니다. 이 중국말과 중국 말투는 옛 지식인 입과 손을 거쳐서 한국에 스며들었고, ‘부자지간’이나 ‘모자지간’이나 ‘형제지간’ 같은 말투를 여느 사람도 으레 쓰도록 내몰았습니다.


  중국말과 중국 말투가 이 나라에 처음 퍼졌을 적에는 ‘부자지간’처럼 썼는데, 이 말투는 일본 말투와 번역 말투를 만나면서 조금씩 꼴을 바꾸었습니다. 이를테면 “부자의 사이”나 “모자의 사이”나 “형제의 사이” 같은 꼴이 됩니다. “아버지와 아이의 사이”라든지 “어머니와 아이의 사이” 같은 꼴로도 바뀝니다. 이러면서도 ‘부자간·모자간·형제간’ 같은 중국말을 함께 쓰고, “부자 사이·모자 사이·형제 사이”처럼 ‘-의’가 없는 말투로도 나란히 쓰며, ‘“아버지와 아이 사이·어머니와 아이 사이·형제 사이”처럼, 말투도 낱말도 말씨도 곱게 한국말로 쓰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잣수 맞추기를 좋아합니다. 이러다 보니, ‘之’를 빌어서 넉 자로 짜맞춘 중국말이 퍼졌습니다. ‘형설지공’이나 ‘호연지기’나 ‘무용지물’이나 ‘어부지리’는 모두 ‘之’가 끼어들 까닭이 없던 말투입니다. 그런데, 사이에 ‘之’를 넣어서 넉 자로 맞추었어요. ‘형설공·호연기·무용물·어부리’처럼 쓰면 될 말이었지요. 중국사람은 ‘之’를 쓰고, 일본사람은 ‘の’를 쓴 셈인데, 이를 한국 지식인은 몽땅 ‘-의’로 뭉뚱그렸습니다.


 반디와 눈 . 반딧불과 눈으로 애씀

 아비아들 . 아버지와 아들 사이

 하늘바람 . 하늘기운

 쓸모없음 . 못 쓰는 것

 고깃꾼 덤 . 고기잡이 보람


  그런데, 중국말에서 퍼진 ‘之’는 쉽게 털 수 있습니다. 이 말투에서는 ‘之’를 군말로 넣었을 뿐이기에 그대로 덜기만 하면 됩니다. 중국말을 한국말로 옮길 적에는 굳이 ‘넉 자’로 맞추어야 하지 않으니 때와 흐름에 맞추어 알맞게 쓰면 됩니다. 때로는 말놀이 삼아서 일부러 넉 자에 맞추어 한국말로 새롭게 이야기를 지을 수 있습니다.


  생각을 빚을 때에는 언제나 알맞고 바르면서 아름답게 말을 살리고, 생각을 빚지 않으면, 일본 말투나 번역 말투나 중국 말투에 그예 휘둘리기만 합니다.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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